탄소배출 감축 가속화에 '그린플레이션' 후폭풍 엄습

2021.10.10 16:02:05

 

2030 NDC 40%…전환 부문 감축목표 44.4%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발전단가 상승 전망
이미 오른 에너지값…물가 압력 더 커질 수도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대폭 상향한 가운데, 친환경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후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기후 환경 비용 등으로 물가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천연가스값이 폭등해 에너지 위기를 겪는 유럽처럼, 친환경 비용 부담이 높아져 물가를 인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관계부처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는 안을 제시했다. 2030 NDC는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목표치다. 새로 제안된 목표는 지난 2020년 12월 우리 정부가 UN에 제출했던 기존 안인 '2018년 대비 26.3% 감축'보다 훨씬 높아졌다.

지난 2015년 6월 최초로 2030 NDC를 수립한 이후 대대적인 목표 상향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최소 35% 이상'이란 감축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각국의 기준연도에서 한국의 연평균 감축률은 4.17%로, 영국과 미국의 2.81%나 유럽연합(EU)의 1.98%보다도 높다.

특히 배출 비중이 높은 전환(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는 44.4%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확대한다. 에너지원별 2030년 발전 비중을 보면 ▲원자력 23.9% ▲석탄 21.8% ▲액화천연가스(LNG) 19.5% ▲신재생 30.2% 등으로 제시됐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재생에너지 설비 비용 등이 더해지며 발전 단가가 가파르게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배럴당 80.55달러로 지난해 11월(36.3달러)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6일 동북아 지역 LNG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가격 지표(JKM)는 11월 선적분 기준 100만 BTU(열량단위)당 56.326달러까지 상승했다. 호주 뉴캐슬 전력용 연료탄은 지난 1일 최근 52주 중 톤(t)당 최고치인 206.31달러를 찍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생산 단가는 당분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탄소 감축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점도 전기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앞서 산업부는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을 조정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6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채우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율을 대폭 강화했다.

당초 2022년 이후 10%로 고정돼 있던 의무비율을 2022년 12.5%로 설정했고,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법정상한인 25%에 이르도록 설계했다. 이 제도는 설비용량 500㎿ 이상의 모든 발전사에 적용된다.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RPS 비율을 맞춘다. 한국전력은 이 비용을 보전하는데, RPS 비율과 비용이 증가할수록 한전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한전의 부채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책 비용이 늘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4분기에 약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진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국 완제품 가격을 밀어올려 구조적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한편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최근의 물가 상승 우려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국제유가 상승, 전 세계 공급망 차질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고 불확실성이 높아 4분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내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은 공공요금 동결, 농축산물 수급 관리와 가격 결정구조 개선, 시장감시기능 강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비축유 등 재고 상황을 점검하고 가격·수급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김도영 기자 ink5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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