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돋보기】 장르적 융합과 폭발, 거침없는 풍자와 통쾌한 카타르시스 <바쿠라우>

2021.09.03 11:35:16

브라질의 정치 역사를 저격하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상의 마을 ‘바쿠라우’. 어느 날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지고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가 등장하는 등 미스터리한 일들이 일어난다. 제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제52회 시체스영화제 3관왕, 제85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69개 부문 노미네이트, 52관왕을 석권했다.

 

피범벅의 통쾌한 복수

 

가까운 미래 광활한 대지 속 미지의 마을 ‘바쿠라우’의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이후, 마을에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UFO의 등장과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핏빛 대학살 등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오묘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SF적 이미지에 황량한 대지를 배경으로 서부극의 분위기를 뿜어내다 점차 슬래셔 무비로 변한다. 날 것의 하드보일드 액션에 정의할 수 없는 색다른 장르들이 쉴새없이 연결되며 강렬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전작 <네이버링 사운즈>와 <아쿠아리우스>로 브라질 사회의 부조리와 계층 갈등을 다뤘던 클레베르 감독은 <바쿠라우>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확장시킨다.

 

 

1960년대 브라질 영화사의 급진적 물결인 ‘시네마 노보 운동(Cinema Novo)’의 흐름을 계승하고 있는 <바쿠라우>는 사회 비판과 저항의 당대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인종, 성별, 계급의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 ‘바쿠라우’는 주류에서 밀려난 소외 계층을 대표하며, 브라질의 민중들을 은유한다. 마을 주민들을 압박하기 위해 물을 끊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제공하며 선의를 가장하는 시장 후보 토니는 브라질 정권을 저격하고 있다.

 

미국 용병 부대는 ‘개척’이라는 이름 하에 식민 통치와 학살을 일삼았던 야만적인 서구 문명을 비유한다. ‘바쿠라우’ 주민들은 그들에 맞서 피범벅의 통쾌한 복수에 성공함으로써 역사에서 이루지 못한 전복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식민과 노예의 과거사를 관통

 

<바쿠라우>는 브라질의 떠오르는 명감독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와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그와 오랜 호흡을 맞춘 줄리아누 도르넬리스가 처음으로 공동 각본, 연출을 맡은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감독은 2009년 단편 <헤시피 프리오>로 브라질 영화제를 찾았을 당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보게 됐고, 항상 폭력을 감내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일종의 고통을 느꼈다고 밝혔다.

 

‘왜 보통의 사람들이 폭력적인 영화는 없는 것일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바쿠라우>는 그러한 물음에 지역의 역사와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합친 일종의 영화적 실험이 됐다.

 

 

‘바쿠라우’는 브라질 북동부 빈민 지역으로 대표되는 ‘세르타오’를 모티브로 한다. 식민과 노예의 역사를 지닌 ‘세르타오’는 가난과 빈부격차, 가뭄 등 온갖 부정적 편견들로 가득 찬 곳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은 인종과 민족을 뛰어넘는 공동체를 스스로 형성하며 저항군으로써 활약해왔다. 두 감독은 ‘세르타오’의 이러한 저항 정신과 다양성을 가상의 마을 ‘바쿠라우’에 그대로 옮겨왔다. 북동부 지역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지역 갈등과 불평등이라는 브라질 사회의 오랜 문제를 꼬집는다.

 

영상의 거칠고 황량한 분위기는 와이드 스크린과 장면의 낯선 질감, 그리고 사이키델릭한 음악과 더불어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주민들의 캐스팅함으로써 구현됐다. 클래식하면서도 날것의 풍부한 색감을 얻기 위해 두 가지 종류의 카메라를 교차 사용됐다. 슬래셔 무비의 대가 존 카펜터 감독의 ‘Night’부터 기존의 팝송과 직접 작곡한 사운드트랙까지 다양한 장르를 사용해 기묘한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두 감독은 약 11,000km를 이동해 영화의 배경이 될 만한 장소를 찾았다고 밝혔는데, 해당 지역 공동체의 느낌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 50여 명을 주민들을 설득해 출연시켰다.

 

이외에 남미를 대표하는 배우 소냐 브라가가 <아쿠아리우스> 이후로 다시 한번 이들의 작품에 참여, 마을 ‘바쿠라우’의 중심인물 중 한 명이자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의사 도밍가스로 분했다.

 

세계적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페르소나로 잘 알려진 배우 우도 키에르가 마을을 습격하는 불청객 용병 부대의 대장 마이클을 맡아 죄의식이 결여된 서늘한 악인을 연기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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