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돋보기】 유럽 소도시와 와인, 중년의 낭만적 삶에 대한 판타지 <와인 패밀리>

2021.07.20 10:22:10

팬데믹 시대의 힐링 스크린 여행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일에 쫓기며 살아온 캐나다의 자동차 회사 CEO 마크가 고향인 이탈리아로 돌아가 할아버지가 남긴 포도밭을 되살리기로 결심한다. 캐나다에서 디지털 개봉해 3주 연속 1위, 뉴질랜드에서 극장 개봉 후 2주간 박스오피스 Top10을 유지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나폴리와 보퍼트 등의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연기상 등 8관왕을 기록했다.  

 

새로운 삶의 시작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펼치는 낭만적인 영화다. 
유럽 소도시와 와인에 대한 환상과 동화 같은 삶에 대한 감상적 대리만족을 주는 익숙한 소재의 작품이지만, 치유의 여행과도 같은 유쾌한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팬데믹 시대에 가치가 있다. 


이 판타지의 배경은 과거의 순수함이나 활기찬 공동체 같은 상실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중년의 상실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중년은 생물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영역까지 포함한 위치를 말한다. 


자동차 회사를 경영하며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마크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을 추진했지만 수익적 가치만 바라보는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힌다. 


주주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는 날 문득 ‘앞으로 몇 년을 더 살까?’라는 생각이 떠오른 마크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고향인 이탈리아 아체렌자(Acerenza)에 도착한 마크는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움에 잠긴다. 그리고 그는 할아버지가 남긴 포도밭을 되살려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와인 제조법도 모르는 마크의 무모한 도전에 마을 주민들은 만류하고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이국적인 풍광과 지역 와인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체렌자는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Basilicata) 지역의 마을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유명 매체 포브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알려지지 않은 1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화는 아체렌자의 이국적인 풍광을 집중적으로 담아내며 스크린 여행의 대리만족을 준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언덕 마을과 고즈넉한 기차역, 드넓은 포도밭 풍경, 고풍스러운 예술 조각들과 포도밭의 싱그러운 포도넝쿨들은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아체렌자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별한 와인 ‘알리아니코(Aglianico)’는 영화적 비유로 사용된다. 알리아니코는 피에몬테의 ‘네비올로’,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 3대 토착 품종 중 하나로, 향이 좋고 강하며 탄닌 구조가 풍부해 이탈리아 남부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손꼽힌다. 


극중에서 포도 농장을 관리하는 마르첼로는 마크에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숙성시키면 진한 맛을 내는 알리아니코에 대해 설명한다. 물론, 중년의 인생에 대한 노골적인 비유다. 

 


캐나다계 이탈리아 작가 케네스 카니오 칸첼라라의 인기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소설의 저자가 영화에 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하고 기차 승무원으로 카메오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키스 앤드 크라이>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숀 시스터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메멘토>, <매트릭스>, <나쁜 녀석들>의 연기파 배우 조 판톨리아노가 중년의 위기에 빠진 아재 마크 역을 맡았다. 


<에어 포스 원>,  <서약> 등의 웬디 크로슨이 남편의 갑작스런 퇴사에 힘들어하며 일상으로 복귀를 설득하는 아내 마리나 역을 맡았으며, 영화 <시네마 천국>의 청년 토토 역으로 첫사랑에 빠진 풋풋한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던 마르코 레오나르디가 마크의 고향 친구 루카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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