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괴상 한 관계

2020.11.09 14:12:09

<컴 투 대디 : 30년만의 재회>
재치있고 기발한 감각의 코믹 호러 스릴러

 

 

 

[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  5살 때 자신과 엄마를 떠난 후 30년만에 아버지로부터 초대의 편지를 받은 노발. 해안가 외딴집에 도착한 노발은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지만, 이상하고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고어적 표현이 난무하는 코믹 스릴러로 <반지의 제왕>의 엘리야 우드가 주연을 맡았다. 2019년 시체스국제영화제 최고작품상 노미네이트 작이다. 

 

심리적 지하실에 존재하는

 

<컴 투 대디 : 30년만의 재회>는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다. 실체를 모르는 아버지와의 만남이라는 소재는 강력한 미스테리를 유발한다. 가족을 떠난 것에 대한 사과나 후회도, 아들의 상처에 대한 동정도 없는 아버지는 오히려 노발에게 사람을 죽인 경험이나 성적인 표현 등 부자관계에서 금기적인 말을 해댄다. 노발은 기대와 전혀 다르게 거칠고 공격적인 아버지에게서 서먹함과 공포감을 느낀다. 


자신을 위협하는 아버지의 행동에 노발은 혼란스럽지만 그것이 자신의 착각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결국 노발은 솔직한 대화를 요구하게 되고, 두 사람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분위기는 반전을 맞이한다. 


끝까지 무난한 스릴러로 진행됐다면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 설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상식적인 감동과 스토리를 펼쳤을 것이다. 영화 전반부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출은 인상적이면서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트 팀슨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을 그런 방식으로 안주하길 바라지 않았다. 감독은 재치있고 기발한 감각으로 예상하지 못한 세계로 관객을 빠트린다. 


이 영화의 결정적 매력은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한 관객의 편견을 깨부수는 점에 있다. 이것은 이 영화가 비주류적 장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대부분의 주류 영화에서 부모는 비록 부정적으로 그려지더라도 최소한 결말에 이르러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거나 긍정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와 자식은 서로 환상을 심어주고 환상을 품기를 원하는 강한 심리를 가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노발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가벼운 거짓말을 하는 장면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구체화한다. 부모와 자식은 실제보다 더 좋은 자신으로 포장해서 서로에게 인식되길 원한다. 


‘방탄소년단’이 노래한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있고 ‘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 원하는 ‘페이크 러브’는 부모와 자식 관계의 보편적 강박에도 절묘하게 적용된다. 보통의 아버지라면 아들의 귀여운 거짓말을 믿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진실보다 환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아버지는 다르다. 


아버지는 노발의 초라한 실체를 까발리는 괴상한 행동을 한다. 이것은 노발이 나중에 부모의 실체를 불편한 고백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것과 상통한다. 우리는 부모의 어두운 내면이나 사생활, 인격적 결함을 정확히 모른다. 그것은 어린시절 결별해 지하실에 숨겨둔, 내가 존재하기 이전의 흑역사다. 


영화는 인물 관계의 비상식성과 불편함을 고의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혈연에 대한 사회적 환상과 신화를 깨닫게 만든다. 

 

 

부모를 통한 정체성의 문제


부모라는 존재는 정체성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실체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은 내 자신에 대한 잔인한 응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럽고 웃기고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치고 낱낱이 내면까지 드러낸다면 그것은 불편한 유머와 무자비한 난도질이기 때문이다. 욕설과 고어적 표현, 블랙코미디가 난무하는 B급 감성 속에서, 아버지의 더러운 피를 먹고 자란 나는 그 피를 더럽다고 부정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던진다. 


1989년 작 <뮤직 박스>가 나치인 아버지의 과오를 공개하는 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어두운 실체를 응시하는 후세대의 용기라는 시대적 가치를 강조했다면, 이 영화는 비버리힐즈에 사는 나의 안락한 생활이 아버지의 추악함과 비열함을 양분으로 한 부끄러운 대가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던진다. 


<뮤직 박스>처럼 역사적 문제를 다룬 사회물과 표면적으로는 거리가 먼 영화지만, 어쩌면 더 지독하고 진실한 자학일지 모른다. <컴 투 대디 : 30년만의 재회>의 노발에게는 용기와 양심이라는 자기혐오에 대한 심리적 사회적 방어막이나 탈출구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가차없이 저급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세계에 빠지고, 혼란 속에서 그곳이 원래의 자리인양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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