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재료, 흙, 마당이 있어야 좋은 집

2017.10.23 17:22:56

천연재료의 활용 -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조건
흙과 마당이 있어야 좋은 집
동남쪽의 큰 나무는 금물


집은 영혼과 생명의 공간

근대적인 건축학에서는 집을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벽과 지붕이 있는 건물, 사람이 사는 곳이 집이다. 집은 순수한 우리말이기도 하다. 집우(宇), 집주(宙)처럼 천자문에서 두 번째로 등장할 정도로 의미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집은 머무르고 생활하며 일상과 삶과 일상을 이어가는 재생산의 과정, 생생(生生)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우리는 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삶의 재생산과 같은 가족의 기능보다도 투자와 부를 증식하기 위한 투기의 수단에 더 주목하고 있는 오늘날 풍수와 같은 전통적인 사상을 되새김하게 되는 이유이다.


전통적인 건축에서 주로 활용되던 소재들은 나무와 돌, 흙이 대부분이었다. 건축의 과정도 자연과의 조화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건축기술의 발달과 소재의 변화는 너무나 다양해졌다. 철골조와 콘크리트, 스티로폼으로 무장된 건축물들의 번쩍거리는 수십층의 벽면은 외부와의 소통과 바람의 교류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바람한 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폐시키는 이중 삼중의 유리창은 물론 바닥재와 벽지까지 물청소를 가능하게 하였다. 생활의 편리함과 실용적인 재료의 유용성을 고려하더라도 무늬만 친자연적인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일상은 최첨단 소비사회의 포장지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건축물의 소재들도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천연재료의 활용 -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조건

최근 들어 텔레비전에서는 효리네 민박이나 삼시세끼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나영석PD는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지낼 수 있는’것에 주목해서 기획했다고 한다. 빨리 빨리의 속도전을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 슬로우 라이프(SLOW LIFE)는 현대인들이 지향하는 이상적 삶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꿈에만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집과 일상을 대하는 태도, 인식의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건축에서 주로 활용하는 흙과 나무와 돌은 생명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 황토는 건축의 주된 재료이지만 해독제나 녹조로 인한 폐사를 방지하는 비책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에 쉽게 뜨거워지는 콘크리트건축물들에 비해 황토를 활용해 지어진 집들이 얼마나 시원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주변의 얘기들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아토피를 가진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은 황토방에서의 탁월한 효과에 대해 누구나 한 두 번의 경험을 지니고 있다. 목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무가 지니는 습도조절의 기능과 더불어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소나무향은 인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첨단 건축소재가 넘치는 사회라고 하지만, 아파트나 건물안에 황토벽돌과 소나무로 인테리어를 하는 집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를 활용하여 흙을 깔고 황토벽돌과 나무들을 활용하여 화단을 조성하는 인테리어를 통해 자연의 생기를 불러오려는 건축시공이나 인테리어기법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풍수를 활용한 건축에서는 입지선정과 물의 흐름을 눈여겨 보는 것과 더불어 재료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것이 생명의 공간으로서의 집이나 공동체의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흙과 마당이 있어야 좋은 집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집을 지을 때에는 어떻게 용적율과 건폐율을 높일 것인가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된다. 큰 건물이던 작은 건물이던 건폐율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가용할 수 있는 면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당이나 정원의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그 자리에는 흙 대신에 회색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차지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풍수의 논리에서는 물과 바람의 흐름에 주목한다. 2:1의 황금비율은 건물의 크기만큼이나 마당의 공간이 있을 때 더 좋은 기운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당을 또 하나의 방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특히 흙은 수목과 함께 온도나 습도조절의 기능은 물론 시지각적인 측면에서도 편안한 느낌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환경조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흙은 생명의 본원적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 지기(地氣)를 받아야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생기(生氣)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용적율이나 건폐율만이 아니라 건축물과 마당의 황금분할(2:1)과 같은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좋은 집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경에도 풍수적 고려는 필수 - 동남쪽의 큰 나무는 금물

최근에는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원수 있는 집도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정원수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는 있다. 나무는 너무 많거나 키가 너무 커도 흉하게 작용한다. 너무 울창한 나무가 자라면 바람의 방향을 왜곡시키거나 배출되는 탄산가스로 인해 힘든 일도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땅속 깊이 내려가는 뿌리는 건축물의 기초에도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동남쪽방향에는 큰 나무가 있으면 매우 흉하다고 본다. 동쪽은 양기(陽氣)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방향이기에 나무로 인해 흉한 작용을 한다고 본다. 또, 대문 앞이나 건물가까이에는 큰 나무는 없애는 것이 좋다.


나무들은 키높이 이상은 절대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현명한 조치이다. 그래서 조상들은 소나무와 대나무와 같은 나무를 즐겨 심으면서 나무의 덕목을 가까이하기를 권했지만 넝쿨나무나 구부러지는 나무들은 집 가까이에 심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모습과 형상대로 기운을 표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무도 음양으로 나눠서 심기도 한다. 소나무와 은행나무같이 햇빛을 많이 봐야 잘 자라는 나무는 ‘양목’으로, 주목이나 사철나무는 ‘음목’으로 분류했다. 속이 비어있는 대나무는 음양목에 비유하면서 소나무바람소리나 대나무사이를 흐르는 바람소리를 망우송(忘憂頌)이라고 하며 즐기기도 한다. 음목은 주택근처에 심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집에 심는 나무는 작고, 높지 않으면서도 예쁜 모양이 좋다.


위에서의 언급에서처럼 우리사회의 관념에서는 집은 우주(宇宙)로 인식되어 왔다. 하늘과 땅, 인간의 삶은 하나라는 인식은 공간을 대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인식원리이다. 이제는 영혼이 깃들어 살 수 있는 공간이자 생명의 공간으로 집을 이해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위해서 집과 집을 짓는 재료들을 대하는 태도를 재조명해야 할 때이다.



정승안 동명대 교수 sov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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