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과 여'의 공유

2016.03.02 09:07:07

어른의 사랑, 정통 멜로로 돌아오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도가니’ ‘용의자’ 이후 2년여 만에 배우 공유가 정통 멜로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아내와 남편으로 정작 자신의 외로움은 잊고 살았던 두 남녀가 서로로 인해 다시 ‘남자’와 ‘여자’로 돌아가 사랑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파고에 휩쓸리는 순간을 담은 영화 ‘남과 여’에서 공유는 주인공 기홍역을 맡아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 올해 세 작품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남과 여’가 그 중 첫 작품이다.
 계속 현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워낙 안 나타나니까 많은 분들이 왜 계속 놀고 있냐고 한다. 쉴새없이 현장에서 굉장히 즐겁게 촬영하고 있었다. 올해 ‘남과 여’를 시작으로 한 작품씩 한 작품씩 굉장히 다른 캐릭터로 다른 장르로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이렇게 작품을 많이 해서 한꺼번에 선보이는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고, 설레고 있다. 올해 굉장히 다양한 모습들을 볼 있을 거 같아서 기대가 되고 예쁘게 봐주면 좋겠다.

-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
 멜로라는 장르가 거의 없어진 것과 같은, 영화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인터뷰에서 늘 많이 얘기 했었다. 정통 멜로를 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고 지금 내 나이인 30대 중반, 후반, 이 나이 때,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전도연 선배님과 같이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고, 그것이 또 멜로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다. 이 2가지 요건이 다 충족되는 영화였다. 그래서 안 할 이유가 없다.

- 불륜인데도 남자 주인공 역할이 첫사랑에 빠진 소년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 상에서 기홍한테 상민이라는 존재는 약간 첫사랑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내 생각에는 뭔가 그 전에 자기가 느껴보지 못했던 굉장히 강렬한 감정을 상민이란 여자를 통해서 처음 느낀 거다. 기홍의 성격상, 화면에 보여지듯이 옷 매무새 만져주고, 숟가락을 챙겨주고 원래 이런 스타일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사람한테 볼 수 있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이 아니었나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다.

- 이번 연기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
 이윤기 감독님과 전도연 선배님이 함께 작업했던 전작 ‘멋진 하루’라는 작품은 이윤기 감독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감독님의 영화를 봤을 때 분명히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관객 입장에서나 배우 입장에서 그런 부분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의 영화를 찍으면 잘 맞겠다 싶었다. 그리고 기홍을 그렇게 그리는 게 뭔가 좀 더 극화된 모습이 아니라 정말 옆에서 생활 속에서 볼 수 있음직한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했다. 그리고 기홍에게 애착이 갔던 건 내가 갖고 있는 기홍과 공감대 형성이 돼있었다. 기홍의 마음이 이해가 됐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연기를 했지만 연기를 안 한 거와도 같다.

- 연기를 했지만 연기를 안 했다?
 말로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최대한 연기를 안 하려고 했던 거 같다. 그게 상대역이 전도연 선배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다. 그냥 선배님을 보고 난 리액션 하면 되는 거였다.

- 각자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사랑에 빠진 건데 전도연 씨는 가정을 지키려고 계속 공유 씨를 밀어내는 상황이고 공유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민에게 돌진하는 역할이다. 근데 공유 씨가 나는 기홍 캐릭터에 많이 공감이 된다고 말씀 하셨는데, 가장 큰 숙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이 아니고 사랑으로 풀어내야 된다는 거지 않나.
 내가 공감한 것은 극 중에서 기홍이 처해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홍이란 인물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한 공감대였다.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이러한 현실, 이런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를 고민했을 때 나도 기홍의 그런 모습이 이해가 되고 조금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무거운 현실?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이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 관객은 이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
 아주 쉽게 설명해서 이 둘이 과연 이 사랑을 이루냐 못 이루냐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우리가 보여주려는 건 결과가 아닌 거 같다. 그렇게 사랑을 하는 이들의 섬세하고 깊은 감정들, 그 과정들 그게 더 중요한 거 같다. 사랑의 유형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다. 각자만의 방식들이 있는 거 같다.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은 다 같은 거지 않나. 이 영화는 아주 심플하게 사랑 얘기를 하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각자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이런 것들이 설정에 있긴 하지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는 사랑에 관한 얘기다. 그래서 보는 이들에게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다 강요하고 싶은 마음 전혀 없다. 보는 사람들이 자기가 예전에 과거에 했던 사랑 혹은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사랑 그리고 혹은 앞으로 자기가 할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각자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전도연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시나리오 보고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나에게 운이 좋게 왔구나, 그래서 덥석 잡았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려고 하니 혹여 내가 선배님한테 그 만큼의 영감을 주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현실적인 걱정들이 생겼다.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나로 인해서 영화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반에 그런 부담감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상대 배우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거 같다.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특히 이런 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전도연 선배님으로 인해서 그런 부분들이 해소가 됐다. 앞에 리액션만 하면 됐다는 얘기랑 같은 맥락이다. 카메라가 불이 들어왔을 때에 전도연은 온데간데 없다. 그냥 상민이다. 카메라가 불이 꺼지면 탁 전도연으로. 굉장히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 ‘남과 여’만이 가지고 있는 멜로의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영화 생각하면 생각이 나는 색깔이 핀란드가 날씨가, 그렇게 좋지가 않다. 흐린 날이 더 많다. 이 영화가 핀란드 하늘색 같다. 거기서 한 달 반 두 달 가까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많이 우중충하면 기분이 좀 다운된다. 근데 3, 4일 계속 흐리다가 가끔 하늘이 파란 날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이다.

정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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