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에
액션, 환타지, 스포츠까지 뒤섞은 주성치표 종합선물세트 ‘소림축구’가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홍콩 흥행 역사를 다시 쓴 화제작답게 시종일관
유쾌하며, 현란한 액션과 화려한 시각효과도 넘쳐난다. 쿵후 고수들이 축구공을 들고 휙휙 날아다니고, 공중에서 기를 모아 발차기를 하며,
괴력으로 상대 슛을 막아낸다는 발상 자체가 흥미롭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한탄이 끊이지 않는 변두리 인생들. 출신은 소림사 고수들이지만 속세에서 그들의 무술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강철다리
씽씽(주성치), 무쇠머리 대사형(황일비), 회전묘기의 고수 이사형(막미림), 철갑 복부 삼사형(전계문), 고공무예의 달인 사사형(진국곤),
공중 부양을 하는 육사제(임자총)가 소림사 형제들. 다리 부상으로 폐인이 된 왕년의 축구 스타 명봉(오맹달)은 이들을 모아 쿵후와 축구를
접목한 소림축구단을 만든다.
변두리 인생들의 비애와 카타르시스
영화는 축구단의 결성과 훈련과정, 그리고 어떻게 축구계를 평정하고 결승까지 이르는가를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3류들이 집합한 스포츠팀이란
설정이 ‘공포의 외인구단’을 방불케 하는데, 실제로 ‘소림축구’는 ‘공포의 외인구단’식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외되었던 변방의 인간들이 잘난
체하며 비웃는 엘리트들을 한방 먹인다는 설정은 서민들에게 원초적인 통쾌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주성치 영화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3류의 비애가 이 작품에서도 확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특히, 화상 입은 얼굴을 짙은 화장으로 감춘 아매(조미)가
씽씽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주성치 코미디에 내재된 연민과 비극을 잘 보여준다. 아매의 삐에로 같은 화장과 옷차림은 우습지만, 그 때문에
슬프다. 사회적 약자가 승리하고 선과 악, 적과 동지가 명확한 ‘소림축구’는 기본적으로 황당무계한 만화다. 하지만, 그 가벼운 유머 속에는
서민들을 후련하게 해 주는 카타르시스가 숨어 있다. 이것이 주성치 영화가 유쾌한 진짜 이유다.
공상을
더욱 공상으로 포장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특수효과다. 재기발랄한 설정과 입담을 즐기던 주성치 영화의 매니아라면, 수다가 한 단계 줄고 감각적인
시각효과가 늘어난 ‘소림축구’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소림축구’의 미덕은 헐리우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시각효과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공상을 현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다면, 이 작품은 공상을 더 공상처럼 포장하기 위해서 시각효과를
썼다. 슛의 위력이 잔디를 태우는가 하면, 그라운드에는 광풍이 휘몰아친다. 축구볼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불공을 막아낸 골키퍼 유니폼은
재가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과장된 상상력은 주성치 특유의 ‘만화적 미학’으로 ‘소림축구’에서 빛을 발한다. 더구나 뚱보에 대머리에다 허름한 침실 가운이나 너덜너덜한
런닝 차림을 한 주인공들이 영웅본색의 주윤발처럼 폼잡으며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주성치 영화는 그동안 한국에서 ‘오버’라며
외면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영웅이 난무하는 스크린의 세계에서 주성치 영화는 오히려 노골적 과장으로 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장백지와 막문위의 카메오 출연도 볼거리. 오맹달, 황일비, 코파는 여장남자 이건인 등 ‘주성치 사단’ 고정멤버의 어김없는 등장도 주성치
매니아라면 즐길 거리가 될 듯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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