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의학박사…양악수술 바로알기(1)
2003년 처음으로 양악 ‘선(先)수술’을 시행했으니,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선수술을 통해 많은 양악수술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치아교정을 먼저하고 수술을 해왔던 기존 질서를 뒤엎어서 일까…아직도 선수술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을 보면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하고 싶다.
선수술은 치아교정을 하지 않고 먼저 양악수술을 시행하여 턱 뼈의 위치를 바로잡은 후 치아 교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선수술법의 등장으로 양악수술 환자들의 턱교정 치료 기간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양악수술은 잘못 자란 위턱과 아래턱을 동시에 교정해 줘 바른 턱 모양을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양악수술 전후로는 두 번의 치아 교정을 거쳐야 한다. 수술 전 약 1년~1년 반 정도의 치아교정을 선행해 치아교합을 잘 맞춘 다음 양악수술을 하고, 수술 후 또 약 6개월 정도 후교정을 해 총 2~3년 정도의 긴 치료 기간이 필요했다.
또 선수술법이 개발되기 전 주걱턱은 수술전 교정기간 동안 주걱턱이 더 악화되어 심리적, 기능적 고통이 심화되기도 했다. 선수술이 개발되고 난 후에는 수술 전 교정기간이 생략되어 주걱턱의 악화현상을 차단시켰으며, 수술 후 얼굴 모양이 바로 개선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 또한 높아졌다. 수술에 대한 장애요인이 없어지면서 수술을 하는 환자수 자체가 많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수술을 고려하지 않던 환자들이 수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환자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수술 결과는 더욱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선수술을 하면 치아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를 한다. 물론 치아가 맞지 않는다면 선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0년 전과 달리 치아교정 기술과 턱 수술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고, 진단 장비의 발전 역시 선수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치아교정은 197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후 1980~90년대 이르러 크게 발전하면서 대중화 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치아를 이동 시킬 수 있는 기술이 미흡해 수술을 먼저 하고 치아교정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SAS(Skeletal Anchorage System, 골격성 고정 시스템)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간단하면서도 탄탄한 교정용 스크류를 고정원으로 사용하는 SAS가 개발되면서 예전보다 치아를 더 많이 이동시킬 수 있게 되었다. 치아를 이동시킬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수술을 먼저 해도 별 문제 없이 치아를 잘 맞출 수 있게 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양악수술의 발전도 선수술을 대중화 하는데 일조했다. 상악과 하악의 위치를 함께 움직이면 그만큼 수술 후의 치아교합 위치를 잡기가 쉽다, 또한 요즘에는 단순히 상악과 하악을 뒤로 밀거나 앞으로 빼는 것을 넘어 양악을 한꺼번에 돌릴 수 있는 교합면회전술이나 부분절골술이 개발되어 더욱 선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수술 후에 이상적인 교합 위치를 찾는데는 X-Ray ,3D-CT, V-ceph 등 얼굴뼈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진단 장비들이 한몫을 한다. 이러한 진단장비 덕분에 위턱과 아래턱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느 위치까지 이동 시킬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미리 본을 떠둔 치아모형을 이용해 예측한 범위만큼 턱뼈를 이동해 보면서 가장 이상적인 위치를 찾아내는 가상 모의 수술을 함으로써 실제 수술을 할 때의 오차를 최소화하고 수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결국 선수술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첨단 기술과 의학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합작품인 것이다.
물론 모든 양악수술에서 선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술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에는 치아의 교합이 잘 맞는 환자나 이미 교정을 한 환자부터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선수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적용범위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치아가 많이 불규칙한 경우나 일부 2급 부정교합에서는 한계가 있다. 또 필자의 병원의 경우에는 90%이상의 환자에서 선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정과 전문의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선수술 가능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환자 군이 있으며 이들에게 적절하게 선수술을 시행하면 치료기간의 감소나 치료로 인한 사회생활의 장애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선수술을 하려면 기존의 선교정 보다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하지만 환자의 고통이 감소하고 치료과정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면 의사는 기꺼이 해야 한다. 즉, ‘선수술’은 의사들이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선고객’의 다른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어떤 기고문에서 세계적인 추세가 선교정이니 선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의 글을 본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아교정이나 턱교정수술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SAS처럼 이미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인 표준이 된 기술들도 많다. 주위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니고 치료의 원칙에 집중하고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라는 진료 철학의 변화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상훈 박사(성형외과 전문의)는 1995년 처음으로 양악수술을 집도하였으며, 2004년 아이디병원 개원 이래, 3,000건의 양악수술을 집도한 양악수술의 선구자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두개안면기형센터 소장, 미국 뉴욕대학 성형외과 교환교수를 거쳐 양악수술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최초로 ‘노타이(No-tie)양악수술’, ‘양악수술 선수술-후교정법’, ‘V라인 사각턱 수술(T절골술)’을 시행, 얼굴뼈 성형수술을 선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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