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같은 일을 반복하면 재미가 없고,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음식도 늘 같은 것만 먹어서는 맛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쌀밥도 먹고, 보리밥도 먹고, 밀가루 음식도 먹는다.
남녀간의 잠자리 맛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상대를 바꾸어 사랑을 나누는 꿈을 꾸고, 남의 남자와 여자를 엿보고 넘본다. 자주
상대를 바꾸어 가며 사랑을 나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평생에 단 몇 번만이라도 상대를 바꾸어 살아볼 수는 없을까.
그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바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늘 같은 상대와 나눌 수밖에 없는 사랑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체위(體位)를
자주 바꾸는 것도 그 한 가지 방법이다.
합궁할 때 남녀가 취할 수 있는 체위는 도대체 몇 가지 형태나 가능할까. 이것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고 성(性)을 다룬 경전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다. 인도의 색경에는 이것을 108가지라고 하여 108번뇌와 같은 숫자에 맞추었고, 중국에 전해오는 ‘소녀경’이라는
색경에서는 이것을 24가지라고 했다.
과문하여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색경다운 색경이 있다는 말을 못 들었다. 동방 예의지국이어서 그렇거나 아니면 워낙 자연조건이 열악한
땅이라 먹고사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그런 낮 간지러운 글을 남길 수 없다는 반 편의 선비정신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이 번 강에서는 ‘소녀경’에서 말하는 체위만을 다루고자 한다. ‘소녀경’이 지향하는 바는 인간의 건강과 장수와 쾌락이며 방중술(房中術)이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성을 즐기면서도 병이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중술을 터득해야 하는데, 소녀경이
바로 그것을 제시하고 있다.
‘소녀경’은 체위를 구법(九法), 팔익(八益), 칠손(七損)으로 분류하면서 이것을 전부 합쳐서 도합 24가지 형태라고 한다. 9+8+7이면
24이다. 이 가운데에서 우리나라 여성은 쓸 수 없는 자세가 두 가지이다. 중국 여성과 우리 여성의 골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실험할 때 특히 염두에 두기 바란다.
여성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그 정기를 흡수하여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과 그 감정의 흔들림에 의해서 비롯되는 갖가지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아홉 가지의 체위를 구법, 남성의 감정은 물론 여성의 질병도 함께 치유시켜주는 여덟 가지 체위를 팔익, 남성의 몸이 불편하거나
부실할 때에 행하는 일곱 가지 양생법을 가미한 체위가 칠손.
이것들의 형태는 남성이 위로 오르는 정상위(正常位), 여성이 말을 타듯 위로 오르는 기승위(騎乘位), 위아래가 아니라 남녀가 같은 평면에
눕는 평행위(平行位)로 크게 나뉘고, 이것이 다시 변형되고 세분되어 도합 24가지에 이른다.
여성으로 하여금 반듯하게 눕게 하고 남성은 그 위에 엎드려서 여성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잡도록 하여 가랑이가 바닥에 가려지는 자세를 구법
가운데 그 첫 번 째 법으로 용번이라 부른다. 청룡이 용트림을 하면서 날고 있는 형상이라는 뜻이다. 이때 여성은 허리를 쳐들어서 남성의
몸을 받아들이고, 남성은 여성의 음핵을 찍어누르고 그 위 부분을 공격하여 천천히 움직여서 여덟 번은 얕게, 두 번은 깊게 밀어 넣는다.
부드러울 때 밀어 넣고 단단해질 때 빼도록 한다면 남성의 원기는 발랄해 지고 여성은 희열로 몸부림치게 되며 스스로 소리를 내어 즐기면서
절정에 이르러 그 문을 닫게 된다. 이 체위를 법대로 잘 이용하면 만병이 소멸된다.
성의 리듬은 상하운동과 마찰운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여덟 번은 얕게, 두 번은 깊게 찌르는 팔천이심(八淺二深), 왼쪽으로 찌르다가 오른쪽을
찌르고 오른쪽을 찌르다가 왼쪽을 찌르는 우왕자왕(右往左往), 부드러울 때 찌르고 오히려 단단해질 때는 빼는 사왕생환(死往生還)의 법칙은
24가지 체위, 그 어느 경우에도 잘 지켜져야 한다.
두 번째 법은 여성을 엎드리게 한 다음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머리를 낮게 숙이도록 하는 자세로 호랑이가 걷는 모습이라고 하여 호보, 세
번 째는 여성을 반듯하게 눕게 한 다음 남성이 여성의 두 다리를 어깨에 걸치는 자세로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어깨에 걸치는 형국이라고 하여
원박, 네 번 째는 여성을 반듯하게 엎드리게 한 다음에 남성이 그 위에 엎드리는 자세로 매미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원부,
다섯 번째는 여성을 반듯하게 눕히고 두 무릎을 굽히게 한 다음 남성은 여성의 굽힌 무릎을 유방 가까이까지 밀어 올리면서 삽입시키는 자세로
거북이가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라고 하여 귀등이라 부른다.
여섯 번 째는 여성을 반듯하게 눕혀 스스로 다리를 들게 한 다음에 남성은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면서
깊이 밀어 넣는 자세로, 봉황이 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봉상.
일곱 번 째는 남성이 반듯하게 누워서 다리를 곧게 펴면 여성은 그 위에 걸터앉아서 두 무릎을 남성의 바깥쪽에 두고 등을 돌려 남성의 발
쪽과 마주하는 자세로 토끼가 가는 털을 빨고 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토연호.
여덟 번 째는 남성이 반듯하게 눕고 여성은 그 위에 걸터앉아 두 가랑이를 안쪽으로 향하는 자세로 물고기가 서로 비늘을 문지르는 모양이라고
하여 어접린.
아홉 번 째는 남성이 무릎을 벌리고 꿇어앉은 자세를 취하면 여성은 마주 보고 그 위로 걸터앉아서 두 팔로 남성의 목을 껴안고 남성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학이 서로 긴 목을 얽히게 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학교경.
이 아홉 가지 기본적인 체위 가운데에서 1법에서 6법까지는 남성이 위로 오르고, 7법과 8법은 여성이 위로 오르며, 9법은 남녀가 평상으로
앉는 수평적인 자세이다.
이 9법이 기본적인 자세라면 팔익은 여덟 가지 변형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남녀에게 성적인 음양조화를 가져다 주는 방법으로 이것을 습득하면
남녀화합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익(益)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첫 번째 고정(固精)의 법을 예로 들어보자.
남성의 정액을 짙게 하고 여성의 누혈(=월경과다)을 고치는 법이라 하여 고정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여성이 옆으로 누워서 가랑이를 벌리면
남성이 그 사이에 옆으로 누워서 2.9=18회를 행한 다음에 중단하는 자세가 고정이다. 이 체위로 하루에 두 번씩 행하면 남성의 정액은
짙어지고 여성의 월경과다는 15일만에 치료된다.
팔익은 남녀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자세이다. 여성의 냉증을 치료하기 위한 자세를 안기(安氣),장을 보호한다는 이장(利臟),여성의 월경이상에
도움이 된다는 강골(强骨),남성의 맥을 조정하는 조맥(調脈),남성의 힘을 강화시키고 여성의 월경불순을 치료해주는 축혈(蓄血), 남성의
뼈를 단단하게 해준다는 익액(益液), 남성의 불감증과 여성의 폐를 강화시켜 기침을 멎게 해준다는 도체(道體)의 체위.
이 여덟 가지의 팔익의 체위에는 각기 그럴듯한 이름이 붙지만 따지고 보면 9법의 기본기가 조금씩 변형된 것들이다.
이 밖에 몸이 불편할 때에 사용하여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일곱 자기 체위가 있어 이를 일컬어 칠손이라고 한다. 그 첫 번 째를 절기(絶氣)라
하여 무절제한 성생활에 의해서 남성의 정기가 고갈되고 몸과 마음에 심한 불균형이 왔을 때 쓰는 체위이다.
여성을 반듯하게 눕히고 남성은 여성의 두 가랑이를 어깨에 걸치고 깊이 밀어 넣어서 여성 자신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체위이다. 여성의
진액이 흘러 넘치면 중단하도록 한다. 그리고 남성은 절대로 절정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이런 체위로 매일 9회씩 행하면 남성의 정기가
줄어들어서 비정상적으로 흥분만 하거나 현기증을 일으키는 병이 낫게 된다.
칠손의 체위에서 공통점은 여성에게 주도권을 맡기고 남성은 사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칠손은 성행위의 목적이 쾌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치유하는데 있음을 강조한다. 남성이 자신의 힘을 아끼면서 지속시간을 연장시킬 목적으로 시험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자주 써서는
안 된다. 요즘 세상에 이런 체위에 참아줄 마누라 없을 테니 조심하고 조심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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