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낸 이후, 세상은 기계의 힘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철, 석유, 자동차, 거대자본의 수요가 따랐다.
이 흐름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산업혁명의 승자가 됐다. 막대한 부를 거머 쥐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카네기스틸을 키워 1901년 JP모건에 4억8,000만 달러에 매각했고, 이 매각을 계기로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넘는 US스틸이 탄생했다. 존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통해 한때 미국 석유 정제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장악했다. 헨리 포드는 1908년 모델T를 내놓았고, 1913년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이동조립법을 도입해 자동차 가격을 850달러에서 260달러 수준까지 낮추며 대중화를 이끌었다. 금융에서는 JP모건이 이 모든 재편의 뒤에서 자본을 설계했다. 산업혁명의 수혜는 공장 현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 흐름을 읽고 자본을 태운 일반인도 함께 부를 쌓았다.
컴퓨터 시대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1975년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워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 시장을 열었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을 창업했고, 2007년 아이폰을 통해 하드웨어와 사용자 경험을 결합한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1998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을 세워 정보 검색의 판을 바꿨다. 이들 모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컴퓨팅 산업이다.
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원천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 부품, 그것이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1969년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해 1975년 6월 11일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종가는 1,050원이었다.
삼성은 1983년 말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고, 1986년 1메가 D램을 양산했다. 1988년에는 그동안의 누적적자를 모두 상쇄하고 처음으로 흑자를 냈으며, 애플과 직거래도 이때 시작됐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해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했다. 2017년에는 24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인텔을 매출 기준으로 제치고 종합반도체 세계 1위에 올랐다. 반도체 진출을 선언한 지 34년 만이었다.
34년간 고속성장한 삼성전자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1990년 이후 여러 차례의 무상증자와 2018년 50대 1 액면분할만을 감안해서 환산하더라도 1주당 가격은 2만 원 대에서 1억 원 대 중반까지 상승한 것이 된다. 무상증자란 회사가 자본을 늘리지 않고 주주에게 주식을 추가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액면분할은 주식 1주를 여러 주로 쪼개 거래 단위를 낮추는 것이다. 둘 다 주가는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주식수는 증가하기 때문에 주식을 들고 있던 주주의 실질 자산은 오히려 불어날 수 있다. 34년에 걸친 기술 투자와 적자를 견디고 흑자를 만든 인내가 결국 주주의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일반인은 반도체 산업을 직접하지 않는다. 그래도 돈을 벌 수 있었다. 컴퓨터 산업이 커지면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예측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주식투자에는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환율, 금리, 수급, 경영진에 대한 판단까지 어느 하나 단순하지 않다. 생업이 있는 일반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나눠 갖기 위해 가장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정교한 종목 선정, 매매타임 기술보다는 산업의 큰 흐름을 읽는 안목이다.
반도체 산업의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 산업 모두 반도체를 필수 기반으로 삼는다. 실제로 2026년 들어 인공지능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5만 원 대에서 20만 원 대까지 뛰어올랐고, 시가총액은 1,500조 원을 넘어섰다. 고대역폭 메모리, 즉 HBM에 대한 수요 폭증이 그 배경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제품으로, 인공지능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 옆에 나란히 탑재된다.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메모리는 연산과 제어를 담당하는 반도체로, 메모리처럼 규격화된 제품이 아니라 용도에 맞춰 설계하는 응용형 반도체다. 파운드리, 즉 위탁생산과 시스템 반도체 설계가 여기에 속한다.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 로봇의 관절을 제어하는 칩, 바이오 진단기기에 들어가는 센서용 칩 모두 비메모리다. 메모리에서 축적한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결국 비메모리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이 둘은 서로 같은 반도체 산업이면서 서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1주당 1억 원이 넘는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닐 수 있다. 출발점에서 얼마를 더했느냐가 아니라, 그 산업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지느냐가 주식가격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1983년 초 도쿄선언과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금의 수준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의 방향을 읽고 많은 투자를 한 사람과 기업은 많이 벌었다. 적게 투자한 사람도 투자 수익은 적지 않았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자국 생산 요구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변수 앞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는 눈앞의 분기 실적도 중요하지만, 먼저 산업의 흐름을 조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어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쓴이=송동진 이제너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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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너두(주) 대표이사
경영학 박사
서정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