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00년 전 경성을 들끓게 했던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복원한 역사 교양서다. 살인, 사기, 폭탄 투척, 실종 사건 등 당대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며 신문 지면을 장식했던 실제 사건들을 추적한다.
20편의 다채로운 이야기
<경성기담>은 역사 스토리텔러이자 한국 근대 범죄사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전봉관 교수의 20년에 걸친 사료 발굴과 연구가 응축된 대표작이다.
지난 2006년에 출간됐던 <경성기담>이 그해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으며 식민지 조선의 사건사를 대중적으로 조명한 선구적 작업이었다면, 이번 책은 그사이 새롭게 발굴한, 조선을 뒤흔든 기묘하고 흥미로운 사건들이 대거 추가되며 분량은 원고지 3,000매로 세 배 가까이 늘었고, 20년간 축적된 자료와 한층 치밀해진 서술, 문화사적 해석이 더해지며 책의 완성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
엽기적인 참극부터 안타까운 사연, 패륜적 범죄, 가슴 뭉클한 이야기,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 심지어 코믹한 소동극까지 총 20편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스무 가지 사건들은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살인 사건의 기록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겉으로는 패륜 살인, 독살 사건, 연쇄살인과 탈옥 소동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과 돈, 사랑과 욕망, 실패와 좌절이 얽힌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책에 이름을 남길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이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록 속에 보존됐다.
두 번째 유형은 개인의 삶을 넘어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사회상을 비추는 이야기들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신과 집단 학살, 민족 간 증오와 폭력, 식민지 사법 체계의 불평등 등 역사책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시대의 단면이 사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곧 식민지 조선의 모순과 비극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역사 속 인간들의 선택과 고민
세 번째 유형은 독립운동의 빛과 그늘을 함께 조명하는 이야기들이다. 의열 투쟁과 군자금 모집, 무장 독립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독립운동의 숭고한 뜻과 희생을 조명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논란, 예상치 못한 희생까지 함께 살펴본다. 영웅적 서사에 가려졌던 역사 속 인간들의 선택과 고민을 복원함으로써 독립운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네 번째 유형은 역사적 의미나 교훈을 떠나 그 자체로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가 살아 돌아온 사건, 완전범죄를 방불케 하는 거액 도난 사건 등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들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순수한 이야기의 재미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무 편의 사건은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100년 전 경성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수많은 신문 기사와 판결문, 각종 사료를 대조하며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했고, 오늘날 독자들이 당시의 현실을 보다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폐 가치와 생활 수준, 형사 제도와 사회적 배경까지 함께 복원했다.
1930년대 노동자의 월급과 쌀값, 조선호텔 식사 가격, 서울 시내 주택 가격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은 단순히 사건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감각까지 체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