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 2기 경제팀의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이 후보자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회적 약자 보호와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7년간 보유했던 과천 아파트의 ‘비거주’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실거주 중심의 주택 시장 정착을 위한 부동산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통해 “저의 경제철학은 분명하다”며 “창의와 활력을 존중하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부총리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면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경험과 위기 극복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처 간의 벽을 넘어서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결정을 책임지고 실천하는 경제팀을 만들겠다”는 뜻도 전했다.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둘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꼽았다. 그는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단순히 성장만으로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회 전체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을 보듬어야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2009년에 과천 아파트를 구매해 17년간 보유했지만 직접 거주하지 않았다며, 이는 비거주 1주택에 해당해 정부의 비거주자 과세 강화 정책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뒤 17년을 보유했으면서 실제로는 4개월밖에 거주하지 않은 것 아니냐. 정책 소신이 주택은 ‘사는 곳’(live)이지 ‘사는 물건’(buy)이 아니라는 것이라면, 본인의 삶도 그에 걸맞아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어떤 이유든 주택 비거주 관련 논란과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던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재차 밝혔다. 또 “실제로 거주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저는 국내 다른 지역에 따로 주소를 둔 적이 없고, 이사를 간 적도 없다.
그 집에 살지 않았다면 달리 거주할 방법이 없었다”며 투기 목적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거주 중심의 주택 문화 정착을 위해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실거주 1주택자는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좀 더 깊이 논의하고 구체적 사례를 봐가며 필요하다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저는 실거주 인정 신청을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3년 만에 비거주를 실거주로 옮기는 건 우려스럽다’는 지적에는 “세법 심사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그동안 국민 의견을 더 듣고 합리적 지적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충분히 토론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과세 정책을 ‘징벌적’이라고 평가했던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그때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이 민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 취지였다. 지금도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 당시 거래가 거의 끊긴 상황에서 임대 공급에 다주택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전세사기 문제나 시장 불안 등이 불거지면서 이제는 개인 다주택자가 계속해서 공급을 책임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장기·민간임대 법인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의 정책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첫 번째는 주택 문화를 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정 과세 도입, 실거주 1주택자 보호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지적한 가족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 충돌의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투자하는 증권은 개별 주식이 아니라 전체 지수를 따라가는 ETF입니다.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내렸던 결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양심껏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위의 결정은 매우 거시적인 논의이기 때문에 이해 충돌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후보자는 재정, 금융, 세제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만약 대규모 초과 세수가 생겼을 때, 완충 역할을 해줄 버퍼가 없다면 전액을 지출하거나 전액 국채 상환에 써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전부 지출해버리면 나중에 줄이기 어려워지고, 국채 상환에만 쓰면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런 기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라고 말했다.
재정준칙 도입을 요구한 야당의 의견에는 “재정 건전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고, 현재는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라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관한 질문에는 “주가 누르기 현상은 상속세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래서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네이밍 앤드 세이밍’ 제도도 견제 역할을 하고 있고, 오기형 의원이 발의한 베어허그법도 어느 정도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체의 85%가 보유한 가상자산이 500만 원이 안 됩니다. 기본 공제액이 250만 원인데, 나중에 세금을 물릴 때 별도로 가격 산정을 하지 못하면 최대 절반까지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면세점 이하로 분류되거나 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지금 시행해도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는 게 거시 경제뿐 아니라 실질적 리스크 관리에도 좋다고 봅니다. 다만 청년이나 신혼부부처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도 나왔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직접 주관하고 각종 지시도 내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경제부총리가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정책실장과의 관계에서 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에 있고 경제부처는 책임만 지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