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환경사와 세계사 연구로 명성을 쌓아온 예일대학교 역사학 석좌교수 수닐 암리스가 수십 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해 인류 문명사를 파괴의 관점에서 다시 써내려간다. 오늘날 인류의 번영이 어떤 선택과 대가 위에 세워졌으며 자연,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바꾸어왔는지 파헤친다.
세 번의 거대한 전환
저자는 신대륙 발견과 개척의 과정을 인간이 본격적으로 자연을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시키고 재배치하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읽어낸다. 산업혁명은 자연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살아가던 인간에게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수닐 암리스는 바로 이 성공이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는 역설을 지적한다.
도시와 철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숲과 초원이 사라졌고, 금과 석탄 채굴을 위해 산과 대지가 파헤쳐졌다. 또한, 인류를 기근에서 구한 질소비료는 하천과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가 시작되자 인간은 자연이 회복하는 속도를 추월해 자원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더욱 가속화된다. 전쟁은 석유와 철강, 화학산업, 항공기와 자동차 생산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해 구축된 생산체계는 종전 이후에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는 막대한 화석연료 소비와 자원 채굴, 동물 학살, 산업 폐기물, 대기오염을 동반했고,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지구라는 행성 전방위로 확대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 문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번영했다. 대량생산과 소비사회의 확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고, 화석연료와 과학 기술은 인간을 자연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기아와 질병은 상당 부분 극복되었고,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수닐 암리스는 바로 이 놀라운 성장이 오늘날 위기를 가속시켰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진보는 막대한 화석연료 소비를 전제로 했고, 세계적인 소비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자원 채굴과 산림 파괴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은 세계 시장을 위한 농경지와 목초지로 바뀌었고, 숲이 흡수하던 탄소는 대폭 줄어들었다. 이제 인간의 활동은 특정 지역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대기와 바다, 숲이 서로 연결된 지구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파괴의 원동력이다.
지구와 자연을 재편할 거대한 힘
저자는 더 많은 자유와 더 큰 번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 했던 인류의 오랜 선택이 축적된 결과로서 오늘의 위기를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전쟁, 질병, 기술, 농업, 산업, 금융 등 다양한 사회 영역의 변화와 생물학, 지리학, 역사학, 인류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의 지식과 사례를 엮어 지난 800년의 문명을 입체적으로 써내려간다. 특히, 기존 세계사적 관점에서 간과되던 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를 비롯한 식민지 대륙을 중심으로 이주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인류는 세 번의 전환점을 거치며, 세계를 연결했고, 자연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마침내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변화시켰다. 작금의 기후위기, 세계적 불평등, 국제분쟁은 바로 그 번영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인간의 번영을 지구 생태계의 안녕과 조화시키고, 국가와 세대를 넘어 연대와 책임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라고 말한다. 이제 인류는 다시 한번 문명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인간은 지구와 자연을 재편할 만큼 거대한 힘을 갖게 되었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