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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400년 전 붓을 들었던 이정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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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조선시대 화가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삶을 담은 음악서사극 ‘금빛묵향’이 8월 29일(토) 오후 5시 공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필통창작센터(대표 김효섭)가 2026년 충남문화관광재단 ‘지역특화문화브랜드 기획공연’에 선정돼 제작한 작품이다.

무대에는 5명의 배우가 올라 여러 인물을 맡아 연기했다. 배우들은 큰 동작이나 과장된 연기보다는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인물의 마음을 보여줬다. 관객들이 배우의 감정을 직접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 연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금빛묵향’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큰 전쟁을 겪은 화가 이정의 실제 삶에서 출발했다.

이정은 세종대왕의 현손으로 알려진 화가다. 전쟁으로 오른팔을 크게 다쳤지만,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특히 대나무를 그린 ‘풍죽(風竹)’을 통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쟁 장면도 특별하게 표현했다.

왜군이나 전쟁터를 직접 보여주는 대신 배우들의 움직임과 소리, 조명을 이용해 전쟁의 두려움과 혼란을 보여줬다. 관객들은 눈앞에 전쟁 장면이 없어도 소리와 움직임만으로 전쟁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에서는 이정의 그림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한 사람이 바위에 앉아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그림이 등장한다. 이 그림에는 ‘달에게 묻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했던 이정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필통창작센터는 지난해 ‘귀향-도조 이삼평’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이정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이삼평과 이정은 모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큰 전쟁을 겪은 인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재능을 지켜냈다.

이삼평은 일본으로 끌려간 뒤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키며 조선의 도자기 문화를 널리 알렸다. 이정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마음을 작품에 남겼다. 한 사람은 도자기로, 한 사람은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필통창작센터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는 공주에서 태어나거나 공주와 인연을 맺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를 공연으로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공연은 관객들이 공주의 역사와 예술을 ‘우리 지역에도 이렇게 멋진 예술가가 있었구나’라고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앞으로 공주에 살았던 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날지도 기대된다는 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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