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교육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면서 교육계 안팎의 혼란과 논쟁도 점점 거세지는 양상이다.
대입 개편안, 교육 현장 혼란 가중
정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미래형 인재 양성을 앞세워 대학입시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교실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이 나온다. 무한 경쟁을 완화하고 융합형 교육을 뿌리내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느끼는 입시 현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불안해졌다는 평가이다.
이미 교육계는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의 영향권에 깊이 들어섰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크게 ▲고등학교 내신 평가를 9등급제가 아닌 5등급 상대평가로 완화하겠다는 것▲수능에서 문·이과 구분과 선택과목을 없애고 모든 수험생이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동일한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 두 가지이다. 이 변화는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대학별 고사 부활과 정시·수시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걱정도 커졌다.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상위 1등급 비율도 4%에서 10%로 크게 늘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은 내신 점수만으로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 어려워졌고, 실제로 고려대학교가 논술전형을 다시 도입한 것을 비롯해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면접 비중을 확대하거나 자체 논술고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시 선발 비율은 줄고, 대학들은 수능 점수뿐 아니라 내신이나 출결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고교학점제와의 엇박자
학생들의 자율성을 반영하기 위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도 현실에서는 내신이 여전히 상대평가로 치러지고, 수능은 단일 과목 통합형으로 운영된다. 결국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과목보다는 등급 따기 쉬운 과목이나 반드시 들어야 하는 수능 필수 과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서·논술형 평가까지 더해질 경우, 공정성 논란이 피어나는 것도 당연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11일 인천을 시작으로, 20일 광주, 오는 26일 대구 등 각 지역에서 연이어 토론회를 열며 ‘미래형 대입제도’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33년 동안 이어져 온 정답 고르기식 수능 방식을 버리고, 전 과목 절대평가와 함께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오지선다형 평가는 결국 채점 편의에서 출발한 방식일 뿐”이라며, “AI 시대엔 사람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수능 문항 형태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 기술로 1차 채점을 진행한 뒤, 교사가 2차로 검토·확정하는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앞으로 수능 시험의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더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평가 자체를 사고력 중심으로 바꿔 교실 수업도 달라지게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지만 한 해 50만 명이 보는 국가단위 시험에서 주관식 문항 평가가 과연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 또한 만만치 않다.
공정성 논란과 사교육 풍선효과
AI 채점이 도입된다 해도, 최종 확인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기에 이의신청과 공정성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 시장이 들썩인다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 입시 제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사교육 시장에도 그 여파가 번졌다. 강남 대치동 등 주요 학원가에서는 이미 ‘초등·중등 글쓰기·독서 논술반’을 개설해,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들어갔다.
한 입시 전문가은 “수능 변별력이 약해지고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될 것이라는 얘기만 나와도 학부모들은 불안해한다”며, “결국 공교육 정상화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고액 논술 과외만 더 늘어나는, 최악의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시대에 맞는 창의성 평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입시 제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언제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국교위가 글로벌 트렌드라는 명분으로 미흡한 제도를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채점 인프라와 신뢰성부터 충분히 갖추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일선 고교 교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 중학교 교감은 국교위 회의에서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이제 막 적용된 시점인데,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서·논술형 수능까지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 국교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뒤의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일 것”이라며, “AI 시대를 주도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인간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고, 대입 제도도 이와 연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현장 토론회가 지난 33년간 고착화된 정답 고르기식 평가와 대입 제도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성찰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부와 국교위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학교 현장의 인프라와 채점의 신뢰성을 먼저 다지는 등 내실 있게 소통해야 할 때다.
“학생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한 교육자의 말처럼, 지금은 혼란을 줄이고 교육의 본질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