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고용의 공식, 이제 교육과 사람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확산이 노동시장의 질서를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 가운데 하나가 인도입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인도는 풍부한 이공계 인재와 영어 활용 능력,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IT 아웃소싱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시스템 관리, 데이터 처리, 고객 상담 등이 거대한 산업을 이루었고 약 6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고객이 늘면 사람을 더 채용한다’는 기존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히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기업이 사람을 필요로 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많은 일을 처리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하는 소수의 인력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자료 검색, 번역,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 기초 코딩처럼 신입사원이 주로 맡아왔던 업무까지 AI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해도 직원 수가 반드시 함께 증가하지 않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인도의 변화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습니다. 한국의 청년들도 좋은 학점과 어학 점수, 자격증과 인턴 경험을 준비하며 취업시장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합니다. “내가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이 3년 후,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가?” 직업의 이름보다 그 직업 속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먼저 바라봐야 합니다.
특히 대학은 이러한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업은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는데, 대학이 여전히 AI 이전 시대의 직무를 기준으로 교육한다면 졸업 순간 학생과 산업 사이에는 커다란 역량의 간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학은 현재 존재하는 직업에 학생을 맞추는 곳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직업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곳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저 역시 37년 6개월 동안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교육의 변화를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느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학생들에게 답을 많이 알려주는 것보다 “왜 그렇습니까?”, “AI의 답은 정말 맞습니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느낍니다. 오랜 시간 학생을 가르치고 AI 시대의 교육을 연구하면서 더욱 분명해진 것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수자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의 교육도 단순한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간호학은 간호의 문제를, 경영학은 경영의 문제를, 교육학은 교육의 문제를, 공학은 공학의 문제를 AI와 함께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전공지식과 AI를 연결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답을 만든다면 인간은 문제를 정의해야 하고, AI가 결과를 생성한다면 인간은 그것을 검증해야 하며, 마지막 결정에 대해서는 인간이 책임져야 합니다.
기업 역시 AI를 사람을 줄이는 도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AI가 보고서 작성 시간을 하루에서 한두 시간으로 줄였다면 남은 시간을 더 많은 보고서를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만나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AI 전환의 목적은 인간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높은 수준의 일로 이동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분명 기회가 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바이오, 의료, 로봇, 교육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에 AI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미래를 만드는 것은 기술만이 아닙니다. 기술을 자신의 전문성과 연결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재 경쟁력은 전공지식 × 인간역량 × AI역량의 결합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인도의 오늘은 우리에게 미래의 한 장면을 미리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요?”에서 멈추지 말고 “AI와 함께한다면 나는 어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야 합니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배우고 변화하는 속도입니다. 대한민국의 AI 경쟁력도 결국 AI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AI와 함께 더 큰 일을 해낼 사람을 얼마나 빠르게 길러내느냐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신한대학교 보건대학 학장, AI융합처 처장 신종우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종우 교수 (신한대학교 보건대학 학장, AI융합처 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