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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연·공간 체험·숏폼 영화 상영으로 이어지는 ‘영화광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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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영화를 사랑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는 알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박성훈 작·연출의 연극 ‘영화광의 방’이 오는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홍대 문화공간 ‘다다르다’에서 관객을 만난다.

 

 

전문 스턴트·액션팀 비범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광의 방’은 현실보다 영화 속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긴 영화광 윤재와 그런 윤재가 언젠가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를 바라며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지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윤재는 액션, SF, 코미디, 멜로 등 수많은 영화의 장면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마저 영화처럼 바라본다. 그런 윤재에게 지안은 계속해서 “어떤 영화를 찍고 싶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처음에는 꿈과 미래를 묻는 것처럼 보였던 이 질문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는다. 무엇을 만들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박성훈 연출은 “영화 속 인물들의 사랑과 실패에는 쉽게 웃고 울면서도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미처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며 “‘영화광의 방’은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광의 방’은 이야기뿐 아니라 공간 구성에서도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활용한다. 하나의 방을 액션, 코미디, 멜로, SF라는 네 개의 영화 장르로 나누고, 각각의 공간을 영화 포스터와 소품 등 서로 다른 이미지로 구성한다. 공연 중 이 방은 윤재의 현실인 동시에 그의 머릿속 영화가 펼쳐지는 장소가 된다. 무대 위 현실과 영화적 상상이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면서 관객은 한 사람의 방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공연이 끝났다고 해서 관객 경험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연 종료 후에는 배우들이 떠난 ‘윤재의 방’이 관객에게 개방된다. 관객은 조금 전까지 배우들이 연기하던 공간에 직접 들어가 포스터와 소품, 공간 곳곳에 남겨진 이야기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관객이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끝난 뒤 직접 이야기 속 공간으로 들어가 보는 공연과 전시 사이의 경험을 시도한다.

공연이 끝난 뒤 2층에서는 또 다른 ‘영화광의 방’이 시작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연극과 영화가 하나의 관람 경험 안에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공연 종료 후 건물 2층에는 별도의 작은 상영 공간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영화광의 방’에서 파생된 네 가지 버전의 숏폼 무비가 상영된다. 무대에서 사용된 액션, SF, 코미디, 멜로라는 네 장르를 영상으로 다시 확장해 관객이 하나의 이야기를 연극과 영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관객은 먼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보고, 공연이 끝난 뒤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 본 다음,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영화로 확장된 이야기를 만난다.하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매체 안에서 끝내지 않는 것이 ‘영화광의 방’이 시도하는 관람 방식이다.

‘영화광의 방’의 출발점에는 ‘AI 시대, 오히려 사람을 바라보는 예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창작 환경에 대한 고민도 자리하고 있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이미지와 영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제작진은 기술과 경쟁하거나 기술 자체를 작품의 중심에 놓기보다 오히려 사람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 존재해야 완성되는 연극의 성질과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에 집중하고자 했다.박성훈 연출은 “AI 시대에 예술이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연극과 영화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새로운 기술을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고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의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은 작품의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사람들의 삶에는 익숙한 윤재가 결국 발견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장르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곁에 존재했던 한 사람이다.

‘영화광의 방’ 프로젝트는 이번 공연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단편영화로 계속된다. 제작진은 공연 이후 동명의 단편영화 ‘영화광의 방’을 별도로 제작할 예정이다.단순히 연극을 영상으로 옮기는 형태가 아니라 같은 인물과 공간, 질문에서 출발해 영화라는 매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다. 단편영화에서는 지안이 윤재를 기록해온 카메라가 이야기의 중요한 장치가 된다. 사계절 동안 이어진 기록과 시간이 흐른 뒤 그 기록을 다시 바라보는 윤재를 통해 공연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두 사람의 관계와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를 풀어낼 예정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시작해 숏폼 영화로 갈라지고, 다시 하나의 독립된 단편영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영화광의 방’은 제작진이 구상하고 있는 ‘내 동네의 작은 상영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내 동네의 작은 상영관’은 거대한 극장이나 상영관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공연과 영화를 보고, 공간을 경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문화 공간에 대한 구상에서 시작됐다. 공연장이 극장이 되고, 극장이 전시 공간이 되며, 그곳에서 다시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영화광의 방’은 그 첫 번째 실험이다. 제작진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연극과 영화 가운데 어느 한쪽에 작품을 가두기보다 하나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예술 매체를 오가며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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