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전례 없는 거대한 혼돈의 도가니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지금 우리 증시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은 60%를 가볍게 웃돌며, 변동성이 크기로 시쳇말로 악명 높은 가상자산 비트코인마저 추월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이는 전통적인 자산 시장의 위험 지표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로, 인접한 일본 닛케이 지수 변동성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급등락 속에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수십 번의 매도·매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며 불안한 숨을 몰아쉬고 있으나, 시장의 브레이크는 번번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유수의 외신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이러한 기형적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 기간 주식시장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한국인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집중된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심을 극단적으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혁신 산업에 대한 관심이 건전한 투자가 아닌 무분별한 투기로 변질된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문제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 대다수가 수익에 대한 극단적인 갈망과 함께 위험을 무모하게 감수하는 성향을 보이며 ‘개미떼’처럼 휩쓸리는 매매 패턴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할 때는 패닉에 휩싸여 무더기 투매에 나서고, 급등할 때는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부풀려진 고점에 소액 자금까지 영끌하여 뛰어드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열세인 개인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폭풍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시장 과열을 넘어 우리 경제의 치명적인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드러낸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냉각된 지표와 차익 실현 기회를 틈타 거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기’식의 단기 전략을 구사할 때, 그 거센 파도 속에서 온몸으로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결국 무모한 레버리지 투자에 의존하는 개미 군단들이다.
시장이 이처럼 극단적인 투기성과 요행을 바라는 구조로 변질되는 동안, 과연 대한민국 증시는 기업의 건전한 자금 조달의 장인가, 아니면 합법의 탈을 쓴 거대한 도박장인가라는 자조적인 탄식이 전 국민의 피부를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실제로 지금 대한민국의 단면은 주관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참담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비극이 사회 도처에서 목격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풍경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평범한 직장인들조차 대출과 빚에 의존하여 증시라는 일확천금의 투기판에 뛰어들어 한탕주의를 꿈꾸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자산 증식의 건전한 사다리가 되어야 할 주식시장이 온 국민을 일확천금의 망상으로 몰아넣는 거대한 카지노로 전락한 것 같다는 생각이 과연 과한 것일까? 이는 이미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거대한 비용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방관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뼈아픈 정책적 실기다. 시장이 이처럼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국민들이 빚더미와 고위험 레버리지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바로잡을 실효성 있는 건전 금융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악순환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무분별한 빚투와 레버리지 확대를 조장하는 그릇된 제도적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하며, 투기성 자금의 유입을 강력히 억제하고 실물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반한 장기 투자 문화를 확고히 유도해야 한다.
증시가 투기장의 오명을 벗고 진정으로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주는 건전한 금융 풍토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당국은 구호에 그치지 않는 강력하고도 현실적인 시장 안정화 및 건전화 정책을 즉각 마련해야 마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결단이다.
글쓴이=신중돈 칼럼니스트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기자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장
국회 홍보기획관
국무총리 공보실장/대변인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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