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만 논설위원 칼럼]
민주주의는 국민의 한 표에서 시작된다. 그 한 표가 공정하게 행사되고, 공정하게 집계되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선거 결과는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국민 사이에서 선거 절차와 관리에 대한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선거관리기관을 둘러싼 강제수사까지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논란과 수사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의 유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러한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국민 신뢰의 관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을 무조건 믿거나 배척하는 일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진실 규명이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가가 명확한 증거를 통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제도적 문제나 위법 행위가 있었다면 그 또한 성역 없이 밝혀져야 한다.
어느 경우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와야 민주주의는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국민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특별검사에 의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검은 특정 기관이나 정치권을 위한 수사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모든 의혹을 법과 증거에 따라 투명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특검의 목적은 누군가를 미리 범인으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근거 없는 의혹이라면 깨끗이 해소하고,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이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의혹은 계속 남고, 그 의혹은 선거 결과뿐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의혹 자체보다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것이다. 검증이 없으면 불신은 커지고, 불신은 사회를 갈라놓는다. 선거 결과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난다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정 운영의 정당성은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 앞에 더욱 투명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필요한 자료를 성실히 공개하고, 수사와 조사에 적극 협조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스스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은 방어가 아니라 투명성에 있다.
정치권 역시 이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여야 모두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치국가에서는 의혹은 증거로 판단하고, 책임은 법에 따라 묻는다.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거는 누구에게나 공정했고, 결과는 한 치의 의혹 없이 정확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이 특검이라면, 누구도 진실을 밝히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숨기는 데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끝까지 밝히려는 용기에서 더욱 굳건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