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파리에 사는 정신과 의사가 9년간 담당한 환자의 죽음에 의문을 느끼고 죄책감과 의심 사이 진실을 파헤친다. 아카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명배우 조디 포스터를 필두로 프랑스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조디 포스터의 연기 변신
파리에 사는 정신과 의사 릴리안(조디 포스터)은 9년 간 담당한 환자 폴라(비르지니 에피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날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고 안과 의사인 전남편에 이어 궁여지책으로 최면술사를 찾는다. 최면술사는 릴리안에게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녀는 폴라의 죽음을 직접 파헤쳐 보겠다고 결심한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삶을 통제해 온 인물이 설명할 수 없는 눈물과 감정의 동요에 휘말리며 점차 무의식의 심연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설정은 이 작품만의 가장 매혹적인 지점이다.
죄책감에서 시작된 균열은 의심으로 번지고, 의심은 다시 최면과 전생의 기억을 경유해 예측할 수 없는 진실로 이어진다. 이처럼 영화는 미스터리와 심리 드라마, 블랙코미디의 결을 자유롭게 오가며 독특한 서사를 완성한다.
<양들의 침묵>, <패닉 룸> 등을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스릴러의 아이콘’ 조디 포스터가 이번 작품에서 한 사건을 계기로 죄책감과 의심 사이를 오가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연기 변주를 완성했다.
첫 프랑스어 연기를 선보인 이번 작품에서 조디 포스터는 이성적인 인물 이면의 흔들림과 균열, 무의식의 동요를 한층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얻었다.
이외에도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올해 ‘제79회 칸영화제’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비르지니 에피라, 프랑스 대표 배우 마티유 아말릭과 다니엘 오테유를 비롯해 <쁘띠 아만다> 뱅상 라코스트, <레벤느망> 루아나 바이라미 등이 합류해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촘촘하게 직조하며, 여기에 ‘다이렉트시네마’ 거장으로 손꼽히는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특별출연까지 더해져 독특한 작품의 결을 완성한다.

프랑스 영화에 대한 향수
영화의 가장 강력한 매력 중 하나는 파리적이고, 프렌치한 무드다. 연출을 맡은 레베카 즐로토프스키 감독은 레아 세이두, 나탈리 포트만, 릴리 로즈 뎁, 비르지니 에피라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협업하며 자신만의 감각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 온 프랑스 대표 감독이다.
여기에 <레벤느망> <러스트 앤 본> 편집자 제랄린 만게놋, <베네데타> <에바> <생 로랑> <레퓨지> 프로덕션 디자이너 카샤 비스콥, <디판> 메이크업 아티스트 아가테 안젤리 등 자크 오디아르, 프랑수아 오종 감독과 협업한 제작진이 참여했다.
이 작품에서 ‘파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감정을 움직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고풍스러운 계단과 브라스리, 가을의 차가운 공기와 실내를 채우는 따뜻한 빛, 그리고 인물들 사이를 스치는 미묘한 거리감까지, 영화는 파리라는 도시가 지닌 우아함과 낯섦, 로맨틱함과 수상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이러한 공간의 감성은 릴리안의 통제된 일상과 조금씩 흔들리는 내면을 더욱 선명하게 대비시키며, 작품 전반에 기묘하면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리듬을 부여한다.
여기에 토킹 헤즈의 ‘싸이코 킬러’, 구스타프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왜 그토록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는지’, J.J.케일의 ‘돈트 고 투 스트레인저스’까지, 펑크와 클래식, 재즈를 가로지르는 사운드트랙이 더해지며 작품의 미스터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밀어붙인다.
영화의 음악을 맡은 로벵 쿠데르 음악감독은 프랑스의 뮤지션이자 작곡가로, <리벤지> <매니악> 등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특히 <사랑은 타이핑 중!>으로 제38회 세자르상 음악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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