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경찰이 사실상 수사권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친일 청산 실패가 낳은 ‘검·경 수사권’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증거 인멸 의혹, 경찰공무원들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성계와 여권 일부에서도 우려·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일 청산 실패가 낳은 ‘검·경 수사권’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수사권 전면 폐지 추진을 둘러싼 갈등은 수십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갈등의 연장선상이고, 그 뿌리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현대사와 무관하지 않다.
친일 청산에 실패하면서 일제강점기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살인적으로 고문하고 죽게 만든 친일 경찰들 역시 처벌을 받지 않고 고위직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국내에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정권 유지·강화를 위해 친일파, 특히, 친일 경찰들을 적극적으로 비호했고 이는 친일 청산이 실패하고 당시 경찰이 검찰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가 노덕술 등 친일 경찰들을 체포하면서 반민특위와 이승만 정권, 특히 친일 경찰들과의 갈등이 정면충돌로까지 치닫고 있던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가 경찰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권승렬 검찰총장은 이 사실을 듣고 달려왔지만 무장해제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사건 이후 반민특위는 급격히 힘을 잃고 해산했고 친일 청산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1949년 제정돼 시행된 검찰청법과 1954년 제정돼 시행된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수사권과 기소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우리 당의 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검찰 부패의 뿌리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이다”라며, “해방이 되고도 친일 경찰의 무분별한 수사와 고문 수사가 그치지 않았고 그래서 검찰에 한시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했던 것이다. 그것을 이제 제자리로 돌려놓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승만 정권과 역대 군사정권들이 정권 유지·강화를 위해 검찰보다는 경찰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비호하면서 경찰의 힘의 우위는 지속됐고 경찰은 많은 고문과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이는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최소한 1980년대까지는 경찰개혁, 즉 경찰 민주화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반드시, 제일 시급히 이뤄야 할 시대적 과제였던 것.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6월 항쟁의 성과인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과학수사 기법들이 발달되면서 고문 수사가 사라지는 등 경찰 민주화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졌다.
1990년대부터 검찰은 12·12사태 등에 대해 수사하고 전두환 신군부 세력들을 기소해 중형을 선고받게 하고, 많은 권력형 비리 사건들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을 계기로 현재 여권인 당시 야권에선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박연차 게이트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됐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대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1차 수사 종결권은 경찰이 갖게 됐다.
2020년과 2022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으로 제한됐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검찰의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 윤석열 당시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등을 거치며 여권은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침을 더욱 확고히 했다.
여성계와 여권 일부에서도 우려·반대 목소리
올 3월 20일 여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공소청법’은 ▲공소 제기 여부 결정 및 그 유지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등을 검사의 직무와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고 범죄수사는 삭제됐다.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 등을 검사의 직무와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검찰청법은 10월 2일 폐지된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2022년 부산광역시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 2019년 계곡 살인 사건 등도 다시 주목받으면서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범죄, 특히 살인이나 성범죄, 아동학대 등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수사가 부실하게 되고 드러나지도 않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장애여성공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등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개정된다면 피해자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은 피해자 권리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살인, 강간, 아동학대범죄 등은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모경종 의원, 문진석 의원, 고민정 의원, 이소영 의원 등도 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