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은 때때로 상상외로 더 큰 파장을 낳는다. 국민을 보듬고 통합해야 할 언어가 오히려 갈등을 키울 때 정치는 신뢰를 잃는다.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경상도 사투리 표현인 ‘무섭노’를 두고 ‘일베식 표현’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른바 ‘노노 논란’이 확산됐다. 이 논란에 대해 발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결과적으로는 사투리와 지역문화, 정치적 표현을 둘러싼 또 하나의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은 지난달 28일 아이돌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서 “무섭노”라는 말을 사용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MBC경남 김현지 PD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일베식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고, 조국 전 대표는 해당 글을 인용하며 같은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표현이 일상적인 경상도 사투리인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차용된 표현인지에 대한 반론이 이어졌고, 정치권 안팎에서도 조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대표는 한때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다. 법학자로서 검찰 권한의 분산과 사법개혁을 꾸준히 주장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유력한 정치 지도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검찰개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에게 그는 개혁의 아이콘이자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화려한 이력이나 명분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정치인은 자신이 말한 가치와 실제 삶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국민 앞에서 끊임없이 검증받는다. 자녀 입시와 가족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법원의 유죄 판결은 조국이라는 이름에 깊은 정치적 상처를 남겼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던 인물이 정작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국민이 기대한 수준의 책임과 설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식은 그의 정치적 상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의 ‘노노 논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의 언어는 단순한 개인 의견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의 발언은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따라서 표현 하나를 특정 정치적 의미로 단정하거나 낙인찍는 방식은 의도와 별개로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정치 원로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일상적인 사투리를 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는 취지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경험 많은 정치인조차 이번 논란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은 의미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점점 진영 논리에 갇혀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비난하고, 통합보다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조국 전 대표 역시 이러한 정치문화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그의 발언은 지지층에게는 공감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받아들여졌다. 정치인의 언어는 지지층만을 위한 구호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향한 메시지여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언어는 결국 사회를 더 깊게 갈라놓을 뿐이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 자체의 중요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떤 개혁도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개혁은 제도를 바꾸는 작업인 동시에 국민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다. 개혁을 외치는 정치인일수록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국 전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한 정치인의 흥망성쇠를 넘어 우리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편 가르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민을 하나로 잇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무리 고귀한 명분도 통합이라는 가치를 잃는 순간 설득력을 잃는다.
‘무섭노’ 논란은 단순한 사투리 논쟁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인의 언어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개혁이 국민의 신뢰와 통합 위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정치인의 진정한 평가는 그가 얼마나 큰 구호를 외쳤는지가 아니라, 국민을 얼마나 하나로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다. 조국 전 대표가 ‘개혁의 상징’에서 ‘분열의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마주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8·13 부동산 대책]서울특별시 강서구 등에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해 10만호 이상 공급](http://www.sisa-news.com/data/cache/public/photos/20260833/art_178688033772_25b9ea_90x60_c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