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기억, 혹은 기억의 부재와 세대 간 트라우마에 관한 영화. 브라질 출신 거장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신작. ‘제7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독립상영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제83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괴담과 소문으로 떠도는 폭력과 불안
이름을 버리고 사라졌던 ‘마르셀루’(바그너 모라)는 실종된 어머니의 기록을 찾고 어린 아들과 재회하기 위해 고향 헤시피로 돌아온다. 카니발의 열기로 들끓는 도시에서 지워진 줄 알았던 과거는 다시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정치와 역사, 도시와 기억을 날카롭고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엮어내며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시네아스트로 자리매김한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은 장르적인 외피에 첨예한 문제의식을 밀도 높게 담아내며 거장의 내공을 발휘한다.
영화는 브라질 군사독재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1977년은 에르네스투 가이제우 정부 시기로, 겉으로는 점진적 개방과 완화의 움직임이 이야기되던 시기였지만 실제로는 검열과 감시, 폭력의 논리가 여전히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직접 기록하거나 말할 수 없었지만 도시를 떠돌고 있었던 폭력과 불안은 괴담과 소문, 기묘한 이미지의 형태로 사람들 사이를 떠돌았고, 영화는 바로 그 감각을 스릴러의 질감 안으로 끌어들인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고향인 브라질 북동부 도시 헤시피는 강렬한 햇빛과 바다, 오래된 도심과 현대적 개발이 공존하는 도시다. 감독은 이 도시의 소음과 거리의 질감, 그 안에 쌓인 계급의 풍경과 집단적 기억을 자신만의 영화 언어로 끈질기게 포착해왔다.
그의 작품에서 헤시피는 늘 ‘장소’인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인물’처럼 기능해왔다. 과거의 헤시피와 지워진 기록, 남겨진 흔적을 다시 복원하려는 시도는 신작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한층 장르적인 방식으로 재탄생한다. 그 안에서 카니발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풍경이 된다. 카니발은 브라질을 상징하는 축제이자, 생기와 광기, 해방감과 은폐가 동시에 공존하는 시간이다.
<시크릿 에이전트>는 바로 그 카니발의 이중성을 포착한다. 거리에는 음악과 군중의 열기가 넘치지만, 동시에 누군가는 추적당하고, 누군가는 숨어 지내며, 누군가는 기록에서 지워진다. 삶의 환희와 국가 폭력의 그림자가 같은 화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상어 습격 문제까지 녹여내며, 영화는 헤시피를 아름다움과 위협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평범하면서도 위태로운 얼굴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 A24 블록버스터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등으로 알려진 바그너 모라가 위태로운 시대를 버텨내는 주인공 ‘마르셀루’ 역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에서 그는 ‘아르만두’라는 이름을 버리고 ‘마르셀루’라는 가명으로 살아가는 전직 교수를 연기한다.
감독은 처음부터 바그너 모라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다고 전한다. 폭력적 이미지와 정반대 방향에서, 비폭력적이면서도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군사독재 시대의 브라질에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추적에 시달리면서도, 아들을 다시 만나고 가족의 흔적을 되찾기 위해 헤시피로 돌아온 이 인물은 전통적인 의미의 영웅보다는 불안과 침묵, 생존 본능과 윤리적 신념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존재다.
영화는 바로 이 평범하면서도 위태로운 인물의 얼굴을 따라가며, 한 시대의 공포와 개인의 존엄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바그너 모라는 이 인물을 과장 없이, 그러나 끝내 잊히지 않는 표정과 몸짓으로 완성하며 영화 전체의 무게를 견인한다. 그 결과는 세계 영화계의 찬사로 이어졌다. ‘제78회 칸영화제’에서 라틴 아메리카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이어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을 수상, 브라질 배우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