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최근 붕괴된 공교육 현장과 학교폭력의 자극적 해결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단순한 처벌이나 보복이 아니라, ‘교육’과 ‘회복’을 중심으로 학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 NGO인 BTF푸른나무재단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재단 본부에서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남긴 과제, 응징을 넘어 교육적 해결로’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드라마가 보여준 자극적 해법 뒤에 숨겨진 공교육의 현실을 짚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토론에 앞서 이종익 푸른나무재단 상임대표는 학교폭력과 교권 약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주체들이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으로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최원기 숙명여대 객원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과 김상훈 양진중 부장교사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이후 및 학생과 학부모 등이 참석하여 무너진 교육 현장을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최원기 교수는 “드라마가 현실에 큰 파장을 일으킬 때는 그 자체로 분명한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현실에 그대로 반영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벌과 보복만으로는 근본 해결 안 돼… 학교폭력 대응의 핵심은 피해 회복”
첫 번째 발제자인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드라마 ‘참교육’의 인기를 “학교폭력 피해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가해자도 변화하지 않은 채 학교 공동체의 신뢰마저 무너진 현실 탓에,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판타지에 열광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폭력에 폭력이나 응징으로 맞선다고 해서 답이 되지는 않는다”며, 학교 공동체 회복을 위해 ▲응징을 넘어서는 교육적 접근 ▲실질적인 교권 강화와 교육공동체 균형 있는 보호 ▲공동체의 방어역량 강화 ▲SNS·AI 등 새로운 형태 폭력에 대응할 유연한 체계 구축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사회적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은 대립하는 개념 아냐… 교사 스스로의 성찰도 중요”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상훈 양진중 부장교사는 현장 교사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드라마 속 통쾌한 장면들 뒤에는 교사들의 무능하다는 시선도 느껴져서,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장에서 교사들이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에 위축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자조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교권 보호는 학생 인권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하며, 교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학생·학부모·경찰 등 각계 전문가 공감… “인성교육·부모교육 확충 필요”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도 정책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의견이 쏟아졌다.
학생 대표로 나온 노지후(고등학생) 군은 “폭력을 신고한 뒤 보복이 두렵고, 처리 절차도 복잡해 쉽지 않다”며 “익명이 보장된 상담 시스템과 신속하고 명확한 대응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교사 대표로 참석한 김영유 상담교사는 "교권이 무너질 경우, 학생 지도는 단순한 지식 전달로 축소되고,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교권 보호가 곧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지도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교권 관련 갈등 상황 시 중재하여 해결할 수 있는 교권 보호 체계를 강화해 주면 좋겠다"며, 교사-학부모 간 신뢰가 쌓이면 작은 갈등도 확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박혜정 씨는 “내 아이만 지키려다 보니 교사 권위를 약화시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부모들도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으니, 학교마다 ‘부모 교육’을 정기적으로,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선호 서울동작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은 “드라마처럼 ‘사이다’식 응징은 현실에선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생들이 소년원이나 시설 위탁 조치를 SNS에 ‘스펙’처럼 올리며 비행을 부추기는 모습도 있다”며, “단순한 처벌보다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인성교육 체계를 촘촘히 마련해, 학생이 스스로 행동을 책임지고 변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창보 법률사무소의 심윤 대표변호사는 현재 학교폭력 조치 절차가 가진 법적 한계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법률가의 시선으로 맥을 짚었다.
심 변호사는 사법적 처벌이나 응징에만 기대는 방식이 자칫 소송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며, 법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TF는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공동체 회복을 위한 정책 제안과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