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K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대 1로 꺾으면서, 32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던 한국 축구의 탈락이 최종 확정되었다. 지난 남아공전 패배 직후만 해도 32강 진출 확률이 90%에 육박했으나, 다른 조의 경기 결과에 따라 53%, 31%, 17%로 연일 곤두박질치더니 결국 본선 진출 48개국 중 3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귀국길에 올랐다.
터무니없는 성적을 남긴 홍명보 감독의 연봉은 약 38억 원(216만 유로) 수준으로 본선 진출 48개국 감독 중 16~17위권이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연봉은 홍 감독의 40% 수준인 82만 유로에 불과하다.
선수들 연봉 총액만 약 730억 원(추정치)으로 출전 48개국 중 25위권에 속하는 한국 축구다. 감독과 선수들이 최소한의 '몸값'만 했어도 32강 진출은 무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비등하는 이유다.
이번 참사는 단순한 스포츠의 패배를 넘어, AI와 반도체 산업의 활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증시 시총 10위권을 넘나들고 역대 최고의 수출과 무역수지를 기록 중인 '대한민국의 국운 상승기'에 일어난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참사다.
BTS의 컴백과 로제의 ‘아파트’ 등 세계 가요계를 선도하는 K-POP을 필두로 K-뷰티, K-푸드, K-방산이 전 세계를 뒤덮으며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강국으로 진입하는 골든타임에 축구가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만약 한국 축구가 이 기세를 몰아 16강, 8강, 4강까지 진출했다면 대외적 시너지 효과를 통해 우리 경제도 세계 4강으로 진입하는 기폭제가 되었을지 모른다. 32강 탈락으로 유통·광고 등 관련 산업이 동시에 주저앉게 되었는데 만약 8강 신화를 이어갔다면 관련 업계의 주가 상승 등으로 종합주가지수 9,000선 회복 등 경제 전반에 거대한 활황을 가져왔을 것이다.
민생을 외면한 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여야 당대표 거취 문제, 국회상임위원장 문제 등 진흙탕 정쟁으로 어수선한 정치권과 더불어, 터무니없는 전술로 참사를 빚은 축구계는 국민적 분노와 탄식을 자아내는 쌍둥이 원흉이 되고 있다.
체코와의 첫 경기를 제외하면, 도대체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선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특히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 감독은 넋이 나간 듯 무기력한 표정과 행동으로 일관했고, 선수들의 움직임에는 절실함도, 간절함도, 절박함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벤치의 전략과 전술이 마비되었다면, 해외 선진 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라도 그라운드에서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 지도자가 방향타를 잃으니 선수들마저 영혼 없는 강시(僵尸)처럼 운동장을 빙빙 돌다 허무하게 비보를 타전한 꼴이 되었다.
간절함, 절실함, 절박함. 필자가 대학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늘 강조하는 화두다.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내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자고 먹고 놀아서는 경쟁에서 도태되고 인생의 루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만약 이번 대표팀에게 단순히 지시와 명령, 강박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왜 우리에게 월드컵 게임이 간절하고 절실한 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소통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소통은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대표팀의 가장 치명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不在)였다. 남아공전에 출전한 한 선수의 인터뷰는 귀를 의심케 한다. “손흥민과 이재성 선수가 선발에서 제외된 사실을 당일 선발 명단 발표 때야 알았다”는 고백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현대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소통 부재 사례로 기록될 일이다.
32강 탈락으로 인한 국민들의 정신적, 경제적 피해는 금액으로 도저히 환산이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런 상태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책임지겠다”며 물러난 홍명보 감독의 상투적인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이미 일을 다 그르치고 난 뒤의 무책임한 말 잔치보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연봉 전액을 반납하고 두 번 다시 한국 축구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