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만성피로증후군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휴식으로도 회복되지 않고 누적되면서 기억력이나 집중력 장애, 두통, 현기증 등의 고통이 따른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 장애, 약물 부작용, 중추신경계 장애 등이 지목되고 있다.
뇌를 혹사하는 스마트폰
현대인의 뇌를 지치게 만드는 스마트폰이 만성피로의 최신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거북목증후군, 눈의 피로, 수면장애 등을 일으켜 컨디션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지만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사고 능력 저하, 주의력 감소, 기억력 약화 등 측정 가능한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이용이 많을수록 우울과 불안의 비율이 높아지고 심야 사용이 많을수록 수면의 질이 약화된다.
특히, 1분 남짓 짧은 영상으로 이루어진 ‘숏폼 콘텐츠’는 이 같은 문제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웅제약의 소통 채널 ‘대웅제약 뉴스룸’에 따르면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야하기에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시청하게 되면, 보다 더 강렬한 자극을 찾게 되는 ‘팝콘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에 빠져들 수 있다. 팝콘브레인은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데이빗 레비(David Levy) 교수가 만든 용어다. 시각 또는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의 전두엽이 반응하는데, 반복에 노출될 수록 내성이 생겨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팝콘 터지듯 큰 자극만을 추구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2011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일 인터넷을 10시간 사용하는 사람과 2시간 사용하는 사람은 뇌의 구조에 차이를 보였다. 하루 10시간 사용한 사람의 전전두엽(사고·인지 담당) 크기가 두 시간 사용한 사람에 비해 줄었다고 한다.
과도한 사용으로 지친 뇌를 잠시라도 쉬게 하기 위해선 잠들기 30분 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뇌가 쉬기 위해서는 수면의 질을 높이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몸은 수면을 통해 회복하는 만큼 수면의 질이 중요해서다.
특히, 첫 잠에서 가장 깊고 파장이 느린 ‘서파’(Slow wave)가 나타나면서 뇌가 휴식하기 때문에, 잠들기 30분 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하루에 30분씩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을 하면 근육과 연결된 뇌신경이 자극받아 혈류량이 증가하고 평소보다 약 30% 많은 혈액이 산소와 함께 뇌 속으로 유입돼 뇌세포가 활성화된다.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 번아웃
과도한 면역반응이 만성피로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C형간염 환자들에게 6~12개월 동안 감염원리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물인 ‘인터페론 알파’ 주사치료를 하며 연구한 결과다. 연구진은 연구대상 환자들을 상대로 치료 전, 치료 중, 치료 후 피로 및 면역지표를 측정했고, 이들 중 만성피로증후군과 같은 질병이 발병하는 이들을 추적했다.
연구 결과 환자 55명 중 18명이 만성피로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들 18명은 치료 전부터 과잉면역 기질이 있었고, ‘인터페론 알파’ 약물에도 더 강한 면역반응을 보였다.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신체적, 감정적 탈진 상태인 번아웃은 만성피로로 연결된다. 번아웃은 단순 피로나 과중 업무와는 구별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반응이다.
전상원, 조성준, 김은수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하루 25분 이상의 중강도 이상의 운동과 30~60분의 가벼운 운동을 병행할 경우, 직장인 번아웃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20~2022년 사이에 강북삼성병원 직장검진을 받은 한국 직장인 7,973명을 대상으로 신체활동과 번아웃 유병률의 연관성을 비교한 결과 전체의 약 15.8%인 1,262명이 번아웃 상태였으며, 신체 활동량이 많은 집단일수록 번아웃 유병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하루 평균 25분 이상 숨차는 정도의 중강도 이상 운동과 30~60분의 가벼운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 번아웃 발생 위험이 62% 감소했으며, 특히, 가벼운 활동이 하루 60분에 미치지 않더라도, 중강도 이상 활동을 25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번아웃 위험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외에도 만성피로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명상, 취미 활동 등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가 도움이 된다.
한편, 만성피로의 대표적 증상으로 인식되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잠에서 깬 직후 졸리거나 머리가 멍한 상태인 ‘수면관성’은 불안증상이 원인일 수 있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한국 성인 2,355명을 대상으로 아침 수면관성의 지속 시간과 관련 요인을 분석한 결과, 불안 증상이 수면관성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보였으며, 수면시간, 생체리듬, 불면증, 주간졸림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수면관성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도 졸림, 멍함, 주의력 저하가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아침 시간대의 집중력과 판단력, 업무 수행 능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2018년 한국갤럽이 수행한 ‘수면·두통 전국조사’ 자료를 활용해 한국 성인 2,355명을 대상으로 수면관성의 지속 시간과 관련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대상자의 평균 수면관성 지속시간은 15.8분이었으며, 불안 증상이 있는 집단의 수면관성 지속시간은 평균 29.9분으로 전체 평균보다 유의하게 길었다. 6시간 미만 수면(18.0분), 저녁형 생활패턴(17.7분), 불면증(20.7분), 주간졸림(18.7분)에서 관찰된 것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 통념과 달리 ‘우울’(depression) 증상은 수면관성 시간과 독립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은 기분 저하와 흥미 감소, 무기력감 등이 주된 양상인 반면, 불안은 과도한 걱정과 긴장, 예민함, 신체적 각성 증가가 중심인 상태로 구분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침 시간대 각성의 어려움이 단순한 기분 저하보다는 긴장, 예민함, 과각성 등 불안과 관련된 각성 조절 특성과 더 밀접하게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