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가의 대동맥이 될 핵심 철도망,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공사 현장이 ‘철근 누락’이라는 뼈아픈 오명을 썼다. 지하 5층 기둥 80개에서 철근이 무더기로 빠져 있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대하는 관계 업체와 기관들의 태도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설계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어 철근을 2가닥씩 넣어야 하는데 1가닥씩만 시공했다”고 해명했다.
건설업계의 기본 중의 기본인 도면 숙지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2,500개가 넘는 철근이 누락된 채 콘크리트가 부어지는 동안 현장의 감리단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문제를 인지한 후 보강 계획을 세워 국가철도공단에 매달 공문으로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가철도공단은 월간 건설사업관리 보고서 등 2,000쪽이 넘는 방대한 서류 속에 묻혀 있어 즉각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한다.
결국, ‘아는 사람’만 알고 ‘담당자’는 몰랐던 깜깜이 소통이 부른 참사다. 중대한 안전 결함 사안을 별도의 보고나 강력한 조치 없이 방대한 서류 속에 끼워 넣은 서울시의 안일함이나,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철도공단 모두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와 현대건설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대신 고강도 강판을 감싸는 보강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이은 무량판 구조 부실 사태를 겪은 시민들 입장에서는 타협할 수 없는 ‘불안’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던 GTX-A 노선이 결국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라는 암초를 만나 멈춰 섰다. 당초 남북으로 분절되어 있던 운정중앙~서울역 구간과 수서~동탄 구간을 하나로 잇는 ‘삼성역 무정차 통과 방식’의 8월 전 구간 개통 계획은 사실상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세부 공사 지연을 이유로 개통을 6월에서 8월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하지만, 지하 5층 승강장 기둥 80본 중 50본에서 주철근이 누락되는 초유의 시공 오류가 공식 확인되면서 현장은 전면 중단 및 정밀 진단 체제로 전환됐다.
정부 관계 부처는 보강 공법 검증과 후속 구조 안전 검증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연말은 물론 2028년 말로 예정된 삼성역의 정식 개통마저 연쇄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와 행안부는 지난달 21일부터 40인 규모의 ‘정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긴급 현장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민간 전문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대거 투입되어 시공 오류의 정확한 원인을 캐내고 있다. 시민들의 시선은 ‘다른 곳은 안전한가’로 향한다.
정부는 철근 누락이 발생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구(현대건설 시공)뿐 아니라, GTX-A 노선 전 구간 및 인접 건설 공구로 안전 점검의 칼날을 넓히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 또한, 파주 운정~서울역 등 개통을 앞둔 타 구간에 대해 조직·인력·차량 및 시설물 기능 검사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 검사를 한층 엄격하게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통 지연을 넘어, 대한민국 광역교통망 전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다. 서울시와 시공사는 강판 보강 등 ‘땜질식 처방’으로 공기를 어떻게든 맞춰보려 하겠지만, 무량판 사태 등으로 고조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실한 구조 진단이나 성급한 무정차 통과가 강행된다면,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할 지하 5층 깊이의 대심도 터널은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이번 합동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공사 전면 중단까지 확행하는 강단을 보여야 한다. “개통 일정 압박에 쫓겨 안전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선언과 타 공구에 대한 완벽한 정밀 검증 결과만이 멈춰 선 GTX-A 노선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
정부합동점검단은 백 장의 서류보다 단 한 자의 안전을 증명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GTX 철근 누락 사태는 대한민국의 건설·감리 시스템이 여전히 하도급 의존 구조와 형식적 요식 행위에 얽매여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땜질식 보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공 오류 원인 분석과 강력한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만 잃어버린 시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