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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림픽공원에 울려 퍼진 청년들의 함성, 정치권은 왜 이 목소리를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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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만 논설위원 칼럼]

2026년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서울 올림픽공원에 모인 청년들의 집회를 떠올릴 것이다.

 

한때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평가받던 젊은 세대가 스스로 광장으로 나와 "선거의 투명성"을 외치고, "당일투표·당일수개표"를 요구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주장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다.

 

과거 민주화 세대가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왔다면, 오늘의 청년들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신뢰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집회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적 지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특정 정치인을 위한 선동에 나섰다기보다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선거를 만들어 달라."

 

어쩌면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 주권의 출발점이다. 국민이 선거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선거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다.

 

그런데 최근 수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선거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경험해 왔다. 일부 국민들은 선거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고, 선관위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선거관리 당국은 법적 절차와 검증을 통해 선거의 정당성이 확인되었다고 설명해 왔다.

 

문제는 누가 옳으냐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국민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국가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은 결코 건강한 현상이 아니다. 더구나 그 대상이 국민의 주권 행사를 관리하는 선거관리기관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올림픽공원에 모인 청년들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왜 국민들이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데도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왜 보다 투명한 제도 개선 논의조차 금기시되는가."

 

"왜 선거의 신뢰를 높이자는 요구가 정치적 공격으로만 해석되는가."

 

이 질문들은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니다.

 

선거는 믿으라고 강요해서 믿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직접 보고 확인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신뢰를 요구하는 제도가 아니라 신뢰를 증명하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당일투표·당일수개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역시 무조건 배척할 대상이 아니라 검토와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론화다. 민주주의는 토론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지 침묵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집회 현장의 주역들이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정치권은 오랫동안 청년들을 무관심한 세대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청년들은 더 이상 정치의 관객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와 국가의 제도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대한 변화는 언제나 청년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자유를 외쳤던 것도 청년들이었고, 민주화를 외쳤던 것도 청년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선거의 신뢰와 투명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현상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경청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왜 국민들이 의심하는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간단하다.

 

더 많은 공개.

 

더 많은 검증.

 

더 많은 소통.

 

그리고 더 많은 책임이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검증받고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기관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떤 제도도 성역이 될 수 없다.

 

오늘 올림픽공원에 울려 퍼진 청년들의 함성은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한 질문이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선거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치권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시 이 질문 앞에 당당히 서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힘은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선거는 절차만 남고, 신뢰를 얻은 선거는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 된다.

 

올림픽공원에 모인 청년들이 외친 목소리는 결국 하나였다.

 

"우리는 더 투명한 민주주의를 원한다."

 

그 목소리를 외면하는 순간, 정치는 국민과 멀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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