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사람 대신 AI(인공지능)가 사용되면서 우리는 단순히 특정 ‘직종’을 잃는 것을 넘어 ‘일하는 방식’을 잃고 있다. 이 책은 상담사, 의사, 교사, 관리자 등 수십 가지 직업군이 수행하는 연결노동의 현장에서 기술의 침투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그로 인해 우리의 일터가 마주할 미래란 무엇인지 노동자 100여 명과의 인터뷰로 조명한다.
고통스러운 순간마저 ‘인간적인’
끊임없는 경쟁의 압박 속에서 획일화된 시스템이 우리의 직업 세계에 일으킨 상처를 다각도로 짚는 이 책은 연결노동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직업’임을 수많은 목소리로 증명해낸다.
1~4장에서는 자동화 시대에 연결노동이 왜 중요한지 전한다. 상호 소통과 공감, 이해에 바탕을 둔 ‘사람을 대하는 일’로서의 ‘연결노동connective labor’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란 무엇인지 증명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개인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정작 개인의 모든 욕구와 필요는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환원되어 정보의 다발로 흡수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개인성과 독자성은 공중 분해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에 맞서 ‘재개인화re-personalization’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은 연결노동을 통한 사회적 친밀감의 회복을 제시한다.
전직 저널리스트이자 현직 사회학자로서 저자는 연결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꼼꼼히 살피며 그들이 인종이나 성별의 경계를 넘어 개인 대 개인으로서 어떻게 깊은 공감과 위로, 깨달음과 성찰에 이르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한 연결의 과정에서 온갖 오해와 실수, 갈등이 일어나지만 저자는 이 고통스러운 순간마저 서로에게 존엄을 세우고, 목적을 부여하며, 이해에 다다르기 위한 ‘인간적인’ 노력임을 강조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욕망
5~8장에서 연결노동을 향한 이 책의 눈은 개인을 넘어 사회로 뻗어나간다. 이 책은 연결 업무의 대본화, 표준화, 계량화를 마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듯 보여준다.
저자는 자동화 시스템이 평균적으로 연결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의 단축을 이루어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연결노동의 질을 떨어뜨려 정량적 업무의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연결노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사회구조에 대해서도 모색한다. 소수의 노동자가 막대한 업무를 맡는 기존의 시스템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실제 조직의 사례를 보여주고, ‘인간다운 연결노동’에 필요한 것들로 ‘관계적 설계’, ‘연결문화’, ‘자원 분배’를 제시한다.
‘셀프계산대’의 확산이 무색하게, 네덜란드에서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구호 아래 계산원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대화형 계산대’가 다시 도입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없이 많은 연결노동이 눈앞에서 지워져 왔음에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연결노동을 통해 자신이 지역과 커뮤니티, 사회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욕망은 생각보다 꽤 강력하다. 개인주의를 넘어 알고리즘의 시대로, 그리고 AI의 시스템의 가속화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담아낸 각계각층의 노동자 수백 명의 목소리는 우리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음을 증거한다. 또, AI가 치워버리려 하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이미 인간다움의 결정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