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초기 진화까지 61시간이 소요됐다. 21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내려졌던 국가소방동원령을 이날 오전 9시40분을 기해 일부 해제했다. 이번 화재는 내부에 쌓인 가연물과 짙은 연기 탓에 화재 발생 약 61시간 만인 전날 오후 8시에 초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지역에서 동원됐던 고가·굴절차 등 장비 24대가 철수했다. 다만 서울(6대), 경기남부(9대), 경기북부(6대), 중앙구조본부(9대) 등 다른 지역에서 동원된 장비들은 그대로 현장에 배치 했다. 소방 당국은 앞서 화재 발생일인 지난 18일 오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에는 대응 2단계로 경보령을 격상했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렸다. 화재가 난 쿠팡 인천 물류센터는 올해초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 25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23일부터 3월27일까지 쿠팡 측에서 외부 점검 업체를 통해 자체 실시한 소방시설 등 6개 분야 종합정밀점검에서 총 25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분야별 지적사항은 소화설비 3건, 경보설비 13건, 피난 구조설비 3건, 방화문 등 기타 6건 등이다. 해당 점검은 건물 관계인이 선임한 소방시설 관리 등록업체에서 진행했으며, 점검 대상은 소방시설을 비롯한 6개 분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물류센터 6층에서는 화재감지기 배관 연결부 이탈을 비롯한 3건의 지적사항이 있었으나 '매우 경미한 건'으로 분류됐다. 건물 관계인은 이들 지적사항을 반영해 시정 조치를 했고 지난 5월 11일에는 시정 완료 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했다. 다만, 당시 자체점검상 발견된 지적사항들이 이번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소방은 추후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방 관계자는 "서부소방서 담당 직원들이 대부분 현장에 나와 있어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자체점검 결과상 발견된 지적사항이 화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완전 진압 후 설명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청도 이번에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의 원인 규명과 피해 규모 분석을 위해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동조사단은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서울·경기 화재감정기관, 방재시험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국가기술표준원, 인천 소방본부·소방서 등 총 8개 기관, 30여명으로 구성됐다. 합동조사단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화재·안전 분야 교수 등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의 발화 원인, 피해 경로, 구조적 취약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물류센터 6층 내 물류설비 및 전기시설, 적재물을 중심으로 현장 정밀 감식과 화재 재현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화재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와 유해물질 유출 가능성 등 2차 피해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제도 개선과 기술적 보완책 수립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는 단순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고 유사 대형화재 예방과 물류시설 안전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 등과 폭넓게 공유해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보험금 문제이다. 쿠팡 인천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장기화하면서 건물과 재고자산 피해 규모는 물론 보험금 정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2021년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한 보험금 정산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번 사고에 따른 손실 역시 장기간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인천32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29만9000㎡(약 9만평), 지상 8층 규모의 대형 물류시설로 축구장 약 40여 개를 합친 면적에 달하는 규모로, 화재가 장기화하면서 건물과 보관 중인 재고자산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는 일반 화재보다 보험금 정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화재 원인 규명부터 과실 비율 산정, 손해사정, 보험사 간 책임 범위 조정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고 규모가 크고 피해액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최종 보상 규모를 확정하는 데 수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실제 쿠팡이 지난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한 보험사 조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23년 보험사로부터 800억원을 우선 지급받았지만, 최종 정산 결과에 따라 반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금액을 기타유동부채로 계상했다. 이번 인천32물류센터 화재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과 손실 규모가 확정된 이후에야 보험금 산정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건물과 재고자산 손실은 상당 기간 쿠팡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전국 물류센터의 소방 설비와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왔다. 대표적으로 최대 규모인 대구3센터에는 약 2000개의 특수형 화재감지기와 5만여개의 스프링클러, 570여개의 소화전 등을 설치했다. 수십 명 규모의 자위소방대를 운영하고 분기마다 두 차례 불시 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비상구와 소화전의 색상을 달리해 화재 발생 시 근로자의 피난 동선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양산물류센터에는 축광 피난유도시설과 열감지 카메라, 소화패치 부착 콘센트 등을 도입하는 등 화재 예방 설비도 확충했다. 특히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내 소방안전 운영 인력을 확대하고 소방설계·엔지니어링 전담 조직을 신설해 설계와 시공 단계부터 안전성을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컴플라이언스 조직 내 소방 전담 감사 기능도 강화해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검증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