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우리나라 철강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로 국내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다시 수출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미국에서 지난달 우리나라 철강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에 달하는 고관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에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고품질 철강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관세 장벽을 뚫고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부가 10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해 철강제품 수출은 전년보다 9.0% 줄어든 303억 달러에 그쳤다. 올해도 1월 0.1%, 2월 -7.8%, 3월 -2.2%, 4월 -11.6% 등, 5월 2.1%를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이어졌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철강 수출액은 28억5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7% 줄었고 EU로의 수출은 30억1500만 달러로 16.5% 감소했다. 이같은 부진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자국에 들여오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관세율을 50%까지 높인 영향이 컸다. EU 역시 수입 규제를 강화해 국내 철강업계에 부담을 줬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을 보면 1월 3억2300만 달러(35.6%↑), 2월 2억6400만 달러(0.4%↑), 3월 3억2200만 달러(15.3%↑), 4월 3억6700만 달러(28.4%↑), 5월 3억4300만 달러(23.8%↑) 등 증가세가 뚜렷하다. EU 수출 역시 1월 3억2100만 달러(28.5%↑)로 시작해, 2월 2억6400만 달러(0.8%↑), 3월 2억9300만 달러(24.5%↑) 등 오르다 4월과 5월엔 각각 감소(4월 -4.9%, 5월 -15.5%)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행 철강 수출이 올해 들어서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 50%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수출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2025년 10월 2일(현지 시간)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향 철강 수출이 늘어난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을 꼽는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물보다 훨씬 많은 철근, H형강, 그리고 전력‧냉각 설비용 강재가 필요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 철강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철강이 관세와 안보 문제로 거의 수입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국내에서 만든 봉형강, 강관, 강판 등이 그 자리를 사실상 대체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철강 수출액도 자연스럽게 뛰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4월 대미 철강 수출량은 39만9852t으로 2015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미국이 관세를 발효한 직후 23만8999t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내 철강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EU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EU는 다음달부터 무관세 철강 수입 한도를 연간 3500만 t에서 1830만 t으로 줄이고, 이보다 많은 물량엔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릴 방침을 밝혔다. EU 수출액이 지난해 16% 감소한 뒤, 올해 초 잠시 반등하다 최근 다시 주춤해진 것도 결국 EU의 고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만약 EU에서도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된다면, 미국처럼 우리나라산 철강제품 수출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산에 비해 품질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 이유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는 무거운 서버와 전기, 냉각 장비가 한데 모여 있는 건물이라 사용되는 철강의 품질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사무실 건물보다 바닥이 훨씬 더 견고하고 두꺼워야 하고, 고온으로 달궈진 장비를 식히기 위한 대형 냉각·전력 설비도 따로 지지해줘야 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한 연구원은 50% 관세에도 불구하고 대미 철강 수출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이 최근 잠깐 반등한 게 아니라, 미국 내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현지 철강 가격 급등에 힘입어 한국산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결과다. 여기에 중국산 철강이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철강은 새 공장을 짓더라도 가동까지 3년 안팎이 걸리는 등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늘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지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다 맞추기 힘들고, 한국산 철강은 50% 관세가 붙어도 미국 내 철근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산 철강이 비주류로 밀려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더 높아진 요인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