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상 대접받는 ‘상하이어’

2002.10.14 00:10:10



영어 이상 대접받는 ‘상하이어’


제2의 표준어로 급부상, 전문학원까지 생겨



리 나라에서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학습 열기가 일반적인 현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외국어를 배우는데는 중국 젊은이들의 열정도 이에 못지 않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이른바 ‘미친 영어’라는
영어 학습방법이 중국에서 생겨났다는 사실만 상기해 봐도 중국 젊은이들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학습에 얼마나 열광적인가를 알 수 있다.

중국 대학생들은 한국 대학생과는 다르게 영어를 고교생처럼 독학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같이 학원이나 고급 과외, 해외 연수를
쉽게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 방법도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나 태극권을 연마하는 사람들
외에 새벽 산책길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사람은 영어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녹음기와 책, 차가 든 물통을 곁에 두고
크게 소리 내어 영어를 읽는다. ‘미친 영어’의 본고장답게 허공에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영어를 공부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어 전문학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역시 학원비는 이곳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도시 출신의 부유층이 아니면, 쉽게
학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학원에 갈 형편이 못되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의지하며 혼자서 공부를 한다. 중국 대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필사적으로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통계에 따르면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영어
유창해도 상하이어 못하면 무용지물”


재미있는 것은, 중국 대학생들이 취직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은 단지 외국어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화제가 된 언어는 영어가 아닌
바로 상하이어다. 상하이어는 중국의 7대 방언으로 유명하다. 현재 상하이에서는 영어학원 만큼이나 상하이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유행이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부산에 부산 사투리 학원이 생겨 사람들이 부산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중국은 덩치도 큰 나라고, 각 지방의 사투리가 아주 다른 특색을 갖고 있어서 중국인에게 지방 사투리는 외국어나 다름없다. 중국 연예인들은
프로필에 회화 가능한 언어로 상하이어, 광동어 등의 지방사투리를 따로 표기할 정도다.

이전에는 홍콩으로 건너간 대륙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 광동어를 배워야 했다. 현재는 홍콩이 퇴보하고 상하이가 상대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는
상황이다. 화교를 비롯한 각국의 사람들이 상하이로 몰려드는 현실에서 상하이어가 부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홍콩 사람들과는 달리 상하이 사람들은 기타 지방 사람들이나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다. 우리가 보기엔 다 같은 중국인이지만, 상하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중국인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학교나 텔레비전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그들 사이에서는
상하이어가 가장 중요하다. 외국인이 중국 표준어를 사용해도 상하이 사람들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상하이인으로서 그들의 자부심은 외지 사람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상하이에서는 영어를 아무리 유창하게 잘해도, 상하이 말을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말도 있다.


중국 젊은이 유혹하는 ‘상하이 드림’

중국은 상하이를 ‘장차 아시아 제1의 경제중심도시’라고 선전하며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표준어를 쓰는 북방 중국인들은 ‘표준어권’에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요즘은 상하이 말을 배워야 한다는 견해에 고개를 끄덕인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 상하이를 잇는 비행기가 주 5회로 늘어나면서 프랑스 항공사측은 승무원들에게 중국 표준어와 상하이어를 동시에 교육시켰다.
상하이 말이 표준어와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UN은 ‘발전 지속 가능한 도시’로 상하이를 지목하기도 했다. 상하이는 이처럼
명실공히 국제적 도시다. 중국은 현재 최악의 취업난에 빠져있다. 중국 젊은이들이 수도 베이징보다 경제도시 상하이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상하이는 정부가 부여한 특권까지 누리고 있다. 9월 1일부터 중국 정부는 상하이 시민들에게만 임시 여권을 발급해주고 있다. 알려졌다시피,
중국 국민들이 여권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상하이에만 특권을 부여, 상하이 시민임을 입증하는 신분증만 소지하면 10분만에 여권이 바로 발급되도록 했다. 다른 지방 사람들은
상하이 시민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젊은이들이 이른바 ‘상하이 드림’을 키우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초하고 있다.


표준어 보급의 걸림돌

상하이 말은 필자도 잠시 배워봤지만, 기본적인 대명사부터 표준어와 완전히 달라 배우기 가 정말 만만치 않다. 같은 중국어이기 때문에 중국인에게는
쉽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외국인인 필자와 똑같이 상하이 말은 새로운 외국어나 다름이 없다. 어려운 말이지만 어떻게라도 배우려는 중국 젊은이들의
열정이 상하이어 전문학원까지 생기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표준어 보급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상하이어 학습 열풍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상하이어가 외국어와 다름없이 어렵다고 하지만, 엄연히 방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국 인터넷에는 상하이어를 가리키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다. 네티즌을 상대로 상하이 말의 어떤 단어가 가장
발음하기 힘든지 등의 설문조사도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상하이 말이 상하이 사람들의 바람처럼 두번째 표준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동은 베이징 어언대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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