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계의 새로운 바람, ‘민반학교’
‘사냥꾼’식 학생모집, 학력 인정도 받기 어려워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은 두 달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입시생들은
이미 7월에 3일 동안 시험을 치른 후, 8월 23일까지 성적표를 받고 현재 대학을 고르는 단계다. 올해 중국 입시에서는 예년과 다르게
이른바 ‘민반학교’ 라는 사립학교가 많이 생겨 수험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화제가 되었다.
중국 교육 행정부가 허가한 사립학교는 4만5,000여개에 달한다. 물론 이 수치는 직업학교를 제외한 유아원이나 고등학교 등 모든 사립학교를
포함한 것으로 공립학교의 5.2%를 차지한다. 과거에도 중국에는 사립학교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 수가 최고조로 많아져 논란이 되고 있다.
열차표 할인 혜택 못 받아
우선 문제는, 민반학교 학생들에게도 일반 공립학교의 학생들이 갖는 특혜나 권리가 똑같이 부여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학생증만 있으면 여기저기 반값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열차표 할인이다.
기차는 중국인에게 자전거만큼 일반화되어 있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지방 학생들이 명절이나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용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기차다. 하지만, 이같이 대중화된 교통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열차표 가격은 일반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정도라는 사실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경제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열차표 할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민반학교에서는 이런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민반학교의 입학을 꺼리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다.
열차표 반값 할인 여부에 따라 대학을 선택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중국 문화의 일부임에는 틀림없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급기야
중국 철도청에서는 열차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민반학교의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 결과, 명단에는 겨우 73개의 4년제 대학과 전문
대학, 직업학교들이 올라 있었다.
민반학교가 문제가 되는 또다른 점은, 학생 모집의 과정이다. 최근 베이징 기차역 앞에는 진을 치고 앉아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한번쯤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들은 바로 베이징에 소재하고 있는 각 민반학교에서 특별히 만든 팀이다.
즉, 지방에서 대학을 알아보러 온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교를 소개하고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영업팀이다.
영업팀 풀어 신입생 모집
이른바 ‘대학 영업팀’ 때문에 요즘 베이징 역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100여개의 민반학교에서 학생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표지판을 들고 베이징 역 광장에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몇 그룹의 학생들이 각 학교에 몰려 아수라장이다.
그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복잡하고 붐비는 베이징 역 광장이다. 이러한 민반학교의 학생 모집 방식에 대해 공립학교들은 ‘신성한 학교의 이미지를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민반학교가 수도의 기차역이자, 베이징의 얼굴인 ‘베이징역’을 먹칠한다는 비난도 많다. 2008년 올림픽을 의식한
지적이다.
하지만, 민반학교들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민반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학생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에서는 민반학교 학생 모집 방식은 비공개적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못 박고 있다.
최근에는 ‘사냥꾼’식 학생모집 방식 보다 더 큰 문제가 알려졌다. 민반학교가 재학생들에게 학생을 모아오면 소개비를 지불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문제와 관련해 민반학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재학생이 신입생을 소개해 오면 소개비를 주는데, 재학생의
소개로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자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자퇴를 할 경우, 학비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학교측에서는 학비 중에서
소개비를 뺀 금액만을 돌려주고 있다. 해당 학생으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다. 학교측은 소개해 준 그 학생에게 찾아가 나머지 돈을 받으라고
배짱을 내민다.
정부 대책이 관건
학생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은 대학뿐만이 아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여러가지 홍보를 한다. 루쉰(魯迅)의 고향, 샤오싱(紹興)의 ‘루쉰외국어고등학교’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전 학비를 돌려주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민반학교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졸업 후 그 학력이 인정되는가, 하는 문제다. 다수의 민반학교들이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학원도 아닌 학교가 불법으로 운영된다는 현실이 선뜻 이해가 안 가지만, 중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중국 교육부는 빠를 시일 안에 적당한 제도를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탈도 많고 문제도 많은 민반학교지만, 여전히 많은 수험생들이 민반학교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들이 유학을 못 간다면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중국의 민반학교가 직업 전문 학교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립한지 1년도 채 안된 새내기 학교들이 많기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교육계의 새로운 바람인
민반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듯 싶다.
조동은(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