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은 장사꾼의 생명”

2002.06.26 00:06:06



“신용은 장사꾼의 생명”


세계적인 중국의 상인, 인간관계 중심의 동양적 상거래가 비법




중국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라는 전대미문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는 세계 최고의 빠른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과학과 기술도 놀라운 속도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아시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빠른 경제 변화 뒤에는 세계 도처에서 상권(商圈)을 주름 잡는 중국 상인들이 존재한다. 이들이야말로
중국 경제권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인은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다. 그들은 상황을 내다보는 안목을 지닌 전략가이며 개인적 유대관계를 철저히 이용하는 현실적 처세가이다.
남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데서 그들 특유의 신용관계가 형성된다. 세계에서도 손꼽는 부호(富豪), 리쟈청(李嘉誠)의 성공
스토리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현재 경제권을 주름잡는 상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 상인

베이징(北京)에서 4년 가까이 지내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지역은 베이징이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외지인(外地人)이라는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홍챠오(紅橋)시장에 가면 장사꾼들의 말투가 토박이들과 다르다. 베이징에서 통하는 표준말이 아니라 남방 특유의
말투다. 나중에 상당수가 원저우(溫州) 상인들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중국 최고 장사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중국 은사님들도 중국의 상인 하면 당연히 원저우(溫州) 상인이라고 말한다. 원저우 출신들은 중국인 중에서도 속된 말로 장사 머리가
제일 잘 돌아가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그들의 정보망이 얼마나 놀라우냐면 중국에서 지난 해 나온 20위엔(元)짜리 지폐가 공식 유통되기 전에
위조지폐 감별기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했을 정도다. 마치 유대인처럼 시장정보로 돈을 버는데 능란한 것이다.

지금 중국 전역에서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경영하는 원저우 사람들은 무려 160만명이고, 투자액은 수백억 위안에 달한다. 그래서 요즘 중국의
각 성(省)에서는 원저우 기업 유치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이들의 화끈한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원저우의 주택구매단이 베이징에 왔을 땐 베이징의 부동산업계가 들썩했다. 개혁개방 이후 저장성(浙江省)이 중국의 대표적인 섬유왕국으로
엄청나게 성장한 데는 바로 이들이 한몫 했기 때문이다. 저장성에서는 닝보(寧波)한 곳에 있는 의류 회사만 무려 2,000개이다. 연간 생산량은
13억벌, 중국 총생산량의 12%다. 중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야거얼(雅戈兒), 산산(杉杉), 뤄멍(羅夢), 페이뤄청(培羅成) 등 유명
브랜드가 모두 이곳 회사의 제품이다.


저장성의
3대 도시, 패션산업의 메카


이곳의 닝보 상인들도 예부터 유명하다. 동양의 유대인이라는 원저우 상인과 함께 동양의 베니스 상인으로 불리는 닝보 상인은 중국의 대표적
상인에 꼭 포함된다. 게다가 베이징 시내에 좀 큰 커튼가게에 가보면 주인의 반 이상이 항저우(杭州) 사람인데 이들도 만만찮은 수완을 자랑한다.
닝보, 원저우, 항저우는 모두 저장성(浙江省)의 3대 도시다.

닝보와 원저우는 남성 의류가, 중국에서도 미인이 많다는 항저우에서는 여성 의류가 아주 유명하다. 특히 원저우는 신발 도시로도 유명한데,
얼마 전 베이징 인민 대회당(人民大會堂)에서 국가 유명 브랜드 제품에 선정된 28개 브랜드 중 50%가 일명 ‘메이드 인 원저우’였다.
원저우에 있는 신발 기업만 4,000개가 넘고 작년 총 생산량은 6억 켤레, 매출액은 300억 위안을 넘었다.

저장성 성저우는 사방 50km도 안 되고, 인구라야 고작 몇 십 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인데 넥타이 생산회사만 1,000여개에 종업원은
3만여명이다. 연간 넥타이 생산량 2억5,000만개는 중국 총 생산량의 80%, 전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사가는 넥타이는 거의 다 이곳 제품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놀라운 점은 패션과 관련된 대부분의 저장성 제품이 모두 중국 최대 또는 세계 최대라는 것이다. 원저우시(市)에서 하루 생산되는 안경은 100만개이고,
용지아(永嘉)현 챠오토우젼(橋頭鎭)은 단추 생산지로 유명하다. 술의 고향, 루쉰(魯迅)의 고향으로 유명한 샤오싱(紹興)의 주지현에서 생산되는
양말은 연간 10억 켤레, 역시 저장성 진화시(金華市)의 이우(義烏) 현에서 만드는 머리핀은 중국 총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이닝시(海寧市) 는 연간 100만장의 모피를 만들고 있는데, 이 한 도시의 생산량이 전세계 생산량의 5분의 1이다. 그야말로 저장성이
세계 ‘메이드 인 차이나’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인들을 치장하고 있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전통적 사업수단으로 성공

얼마 전 한 신문에 소개된 양수인(楊樹蔭) 저장성 경제건설계획원 원장의 말에 따르면, 저장성의 이런 성공은 연관산업이 효율적으로 모여 있어
물류비 등이 절약되고, 최소원가를 달성해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원저우
상인들의 놀라운 사업. 장사 수완이다. 저장성의 성공은 일찍이 해외로 진출했던 닝보 상인들의 국제적 안목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중국 상인의 시조인 도주공(陶朱公)이 현재의 저장 상인들을 봤다면, 흐뭇한 미소를 띄우지 않았을까? 그럴 정도로 저장 상인들이 중국 대륙에
가져다 준 경제적 업적은 대단한 것이다. 이들의 개인적인 유대관계나 인맥을 중시하는 상거래 관행은 서양인의 비즈니스와도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한번 맺은 유대관계는 거의 평생동안 유지된다고 할 정도로, 신용을 생명으로 여기는 그들의 정신과 지혜는 배워볼 만 하지 않을까?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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