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 청소년
중국인이 앓는 병 1위 정신 장애, 정신과 전문의는 극소수
얼마전 중국의 명문 대학인 칭화(淸華)대학의 한 학생이 베이징 동물원에 들어가 황산을 넣은 음료수를 흑곰에게 뿌린 사건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 사건을 놓고 한참 논란이 벌어졌는데, 학생이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된 동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 학생의 이름은 류하이양(劉海洋)으로,
베이징 대학 정신 위생 연구소는 류군의 가정환경과 유년시절을 분석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은 아주 엄격하고, 자녀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 류군은
학업에만 열중했다. 게다가 친구들끼리 작은 싸움도 해 보지 못하며 자랐다고 한다.
처음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류군이 말한 범행 동기는 흑곰을 상대로 간단한 실험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류군은 자신의 범행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지만, ‘언제 석방되어 논문을 완성할 것인가’를 더 걱정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모 남학생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도 일어나. 중국은 심각해져 가는 ‘청소년 심리 장애’ 문제에 당면하게 되었다.
10만명당 22명 자살
중국 청소년 심리 장애 문제의 심각성은 해마다 증가하는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명해주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유난히 청소년의 사망원인으로 자살이
1위인 국가이다. 2000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매년 20만 명이 자살을 하는데, 그 중 17%가 대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30일에 열린 중국 정신 위생에 관한 3차 실무 회의에서는 매년 200만명이 자살 기도를 해 25만명의 사상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만 명당 22명 꼴이다.
자살 연구를 계속 해온 학자에 의하면 중국의 자살률은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보다는 높은 편이고 헝가리와 같은 일부
동구권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8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1년 한 해 동안 중국 광동(廣東) 소재지 대학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3월 이래로 모두 7명의 대학생이 자살을 했다. 이들은 각자 유언을 남겨, 자살 원인이
밝혀졌다. 그들 중 4명의 자살 동기가 실연 같은 감정적인 문제 때문이었으며, 나머지 3명은 학교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실제로 대학생을 상대로 벌인 심리조사 결과 16.5%∼24%의 학생이 심리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만명의 베이징시 중학생을
상대로 벌인 테스트 결과 32%가 비정상적 심리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 수치는 계속 늘고 있다. 중국 전역을 상대로 한 연구 조사에서는
3천만 명의 학생들이 심리 장애를 갖고 있다고 나타났다. 13억의 중국 인구를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심리적으로 겪는 괴로움은 무엇일까? 대학생의 경우는 처음 대학입학 후,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했을
때와 전공 선택 문제에 따른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대학사회에서의 인간 관계, 실연, 졸업 후 취업 문제를 비롯한 진로에 대한 심리적
압박 등이 주요 자살의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주요 자살원인은 성적 비관이다. 실제로 지난 2월에 한 초등학생은 방학 숙제를 다 못했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자살을 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성적 비관이외에 정서적 불안도 정신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그릇된 교육, 경쟁사회가 요인
이처럼 청소년들의 자살 사건이 여러 차례 보도되자 중국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분위기이다. 중국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 장애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릇된 교육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외에 일반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있는데, 중국의 빠른 경제 발전은 곧 치열한 경쟁 사회로의 돌변이다. 이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실로 큰 것임을 독자들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중국 아이들은 또 대다수가 고민이 있을 경우 친구를 찾고 있다.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데다, 성적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자신감을
잃기 쉽다. 또 형제가 없는 중국 아이들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자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 대학에는 청소년들이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상담 받을 수 있는 정신전문의나 담당 선생님이 없는 형편이다. 또 중국에 정신과
의사가 1만명이 있지만, 정식으로 정규 과정을 밟아 공부한 수는 반밖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몇 백만명의 인구 당 24명의
정신과 의사가 존재하는 격이다. 아동 심리 전문의가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그에 반해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병중, 1위가 정신 장애이다. 정신 장애의 발병률을 살펴 보면 1950년대 2.7%에서 90년대에 들어서는
13.47%로 증가했다. 아동 문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현재 중국에는 3만 명의 아동 심리 전문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 교육계는 중국 교육의 근본 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마다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 선생님을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이미 베이징의 항공대학에서는 이것을 실행에 옮겨,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아이들은 노는 방법에도 익숙치 못해, 어떤 곤경이나 괴로움에 쌓여 있을 때 빠져 나올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공부나 운동
이외엔 자기만의 개성을 키울 수 있는 취미 활동 시간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요즘은 좋은 학생의 기준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닌 정신과 몸이 건강한 학생이야 말로 훌륭한 학생임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중국의 빠른 경제 발전 내면에 이런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큰 충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쌓인 중국인들에게 중국이
아닌, 우리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