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우 조셉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이고 싶다”

2014.12.23 18:03:24

‘천재 예술가’ 수식어에 부담... ‘행복을 전하는 화가’로 다가가길 원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전시 하나가 눈길을 끈다.

서울 역삼동 J.옥션 갤러리 개관 기념으로 기획된 몽우 조셉킴(38) 초대전이 그것. 1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가 그 어떤 거장의 화려한 이벤트보다 감동적인 것은 암으로 투병 중인 작가를 돕기 위해 각국 팬들이 자신이 소장하던 그의 작품을 기증해 이루어지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환희에 가득 할 때만 붓을 잡는다  

죽어서 유명하게 되는 것보다 살아서 행복하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작가가 건강 악화와 재정난으로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는 처지가 되자 팬들은 자신이 소장하던 그림을 보내오면서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그림의 판매 수익이 작가가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작품이 120여점에 달해 이번 전시가 시작됐다. 성장하고 있는 젊은 작가의 발걸음이 멈추는 것이 안타까울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믿는 팬심의 결과다.

몽우 조셉킴 작품 세계의 핵심은 행복이다. 그의 그림은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포옹한다. 삶에서 배반당한 고독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듯도 하고, 삶은 사실 이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며 찬양하는 듯도 하다. 때로 희망을 향한 불굴의 날갯짓을 재촉하고, 때로는 한없이 순수하고 선한 경지로 우리를 이끈다. 고향 산천처럼 친근하면서도 꿈속의 낙원처럼 이상적인 세계다.

슬플 때는 그림을 안 그린다. 내 그림이 행복을 전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환희에 가득 할 때만 그림을 그린다. 고통이 계속될 때도 행복과 희망, 사랑과 용서의 실마리를 찾아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의 말은 그의 그림이 행복을 발산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해준다. 팬들은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행복한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선사한다는 선순환의 고리를 통찰한 것이다 


15여년 화풍 흐름을 한 자리에 

이번 전시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세계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1%의 컬렉터들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아온 몽우 조셉킴의 작품세계를 망라하는 기회라는 점이다. 작가의 왼손 창작 시절을 포함해 15여년의 화풍 흐름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작품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점점 더 밝아지고 활기찬 분위기로 충만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내면이 어둠 속에서 빛으로 이동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읽히는 것이다.

환희와 희망으로 가득한 그의 그림과는 대비적으로 그는 한국의 고흐라고 불릴 정도로 불우한 화가로 알려져 왔다. 10대 초반부터 백혈병, 임파선암, 심장질환 등을 앓아 지금까지 사선을 넘나드는 삶을 이어왔다. 언제 죽음을 만날지 모르는 처지라 초라한 모습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항상 넥타이를 정갈하게 매고 그림을 그린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 일상을 견뎌왔는지 짐작케 한다.

고통은 그를 예술로 인도했다. 병마로 인해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었지만 전각 전문가이자 서예가, 사진작가, 음악가이기도 했던 부친 청봉 김정대 선생은 그의 예술 세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첫 스승이다. 이후 유대인 스승 아브라함 차를 비롯 각 분야의 뛰어난 스승에게 사사를 받았다. 장르를 막론하고 세계의 거장들 또한 그의 스승이었다. 이중섭 화백과 백석 시인에게는 얼마나 천착했던지 관련 저서까지 냈을 정도다. 틀에서 벗어난 이 같은 수련 과정은 그의 작품을 보다 자유롭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인사동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거리의 화가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대량의 그림이 단숨에 팔려나가며 신화적 인물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이처럼 범상치 않은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미술 사업 투자에 실패하고 거액의 빚더미 속에서 좌절했다. 가난과 지병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죽음의 위기가 많았다. 쌀이 떨어져 보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적도 있다. 마지막 남은 단돈 만원으로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렸다. 완성되자마자 한 외국인에게 그림이 팔려 생계를 이어간 적도 있다고 몽우 조셉킴은 회고했다.

자신의 예술적 안일함과 한계를 경멸한 그는 명성을 가져다준 왼손을 망치로 내리치는 괴팍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오른손으로, 다시 양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이루게 된 화풍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성장시켰다 

미술계의 싸이극찬...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성장 할 것 


행복한 그림을 그려온 작가의 특권일까.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들을 그는 기억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 자신의 작품을 다시 재회하게 된 몽우 조셉킴은 그림은 내 일기다. 당시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지병과 고독, 가난과의 사투를 벌이던 그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가 가리키는 행복한 순간이란 사소한 기쁨이다. 이를테면 커피 생각이 간절할 때 지인이 가져다준 믹스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감정을 담아 탄생한 작품이 커피.

한때 그도 비탄에 잠긴 자신의 내면을 직설적으로 표출한 광기 예술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자신의 감정을 극한으로 내모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어느날 화실의 전기가 나가 밤하늘의 별이 보였다. 별은 수억 년 전의 빛이라는데 내가 지금 이 순간 행복으로 빛나지 않다면 내 그림은 오랜 시간 후에도 어둠만을 내뿜겠구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은 내 삶과 창작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이자 아트 디렉터인 갤러리 미림 오정엽 대표는 국내 상위 0.1%에 드는 작가라 해도 세계시장 진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는 세력들이 몽우 조셉킴의 작품에 열광하는 현상은 과히 그를 미술계의 싸이라 불릴 만하다, “재능을 가진 자 중에서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창의적 세계를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작가는 세계적으로 극소수다. 몽우는 그런 극소수 그룹의 작가다고 극찬했다. 덧붙여 그의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몽우 자신은 천재화가라는 수식어를 거부했다. “나와 비교도 될 수 없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많다, “부풀려서 작품이 평가받기 보다는 그저 행복을 전하는 화가로 알려지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그가 천재인가 아닌가, 거장의 반열에 올랐는가 아닌가 하는 식의 논쟁보다 정작 중요한 핵심은,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 그 자체일 것이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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