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중국의 역사왜곡 대책 민족연대 추진운동본부’는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고구려 역사 침탈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결의문을 중국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이는 중국의 당기관지 광명일보(www.gmw.com.cn)에서 고구려가 중국의 동북지역 역사에 출현했던 소수민족이라고 주장하며,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적 행위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대응적 조치였다.
이와 같이 한·중 두 나라 간의 정치적·외교적·학술적 이슈로 등장한 중국 고구려사 왜곡의 내막은 과연 무엇일까?
동북공정은 음모
한국의 정부기관에 속하는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경역사연구센터(中國邊境史地硏究中心) 주도로 진행 중인 동북공정의 정식 명칭은 ‘동북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연구공정(東北邊境歷史與現況系列硏究工程)’이다.
동북공정은 2002년 2월부터 5년 동안 약 200억 위안(약 3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의 국책사업이다.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동북지방의 소수민족 문제와 국경 및 영토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중요한 ‘정치적 프로젝트’이며, 장차 고구려를 중국사에 포함시키겠다는 포부를 본격화한 것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고구려가 중국 북방민족의 정권이라는 데에 뜻을 같이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지금까지 연구한 그 동안의 연구성과물들을 모두 수집, 연구분석 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중국이 동북공정을 성공리에 마치게 된다면, 우리의 고구려사·발해사·고조선사까지 중국 역사로 편입돼 한국사의 근간 및 정체성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를 중국측에 엄중 항의하고 적극적인 대체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고구려 고분은 MADE IN CHINA?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떼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고구려 고분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올 6월 중국 쑤저우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산하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총회에서,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의 재정적 뒷받침 아래, 대대적으로 문화재를 보수공사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을 동원해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국내외에 중국의 고구려사를 알리는 등 정당화를 위한 이론 정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총회에서는 중국의 방해로 현재 보류상태에 있는 북한 평양의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재심과 중국 지린성 지안현 소재 고구려 유적에 대한 심사가 동시에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북한 유적이 재심에서 탈락하면 고구려사가 중국사로 공인되는 극악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고구려는 우리 한민족의 발원지에 해당하는 분명한 우리 조상의 나라다. 우리의 바른 역사를 지키기 위해 북한이 신청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도와야 하며, 나아가 고구려사가 한국사로서 올바르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中, 이미 한반도 통일에 대비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두 나라 간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교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지방에는 한류열풍이 불었으며, 조선족 동포에게 국적을 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한반도에는 바야흐로 남북공조 통일 기운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만약 발생할 지 모르는 한반도 통일에 벌써부터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 후 통일한국이 잊혀진 옛 땅 만주를 되찾고자 나선다면, 만주지방은 삽시간에 분쟁지구가 되고 말 것이다. 이를 대비해,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그 역사적 정통성를 찾으려 하고 있다. 간도는 1909년 대한제국 시대에 국권을 침탈한 일제와 청나라의 협약에 의해 중국의 영토로 귀속되었다. 그러나 통일한국이 만주를 되찾기 위해 간도협약의 무효를 주장한다면, 협약의 유효성이 국제법상으로 인정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중국은 시급한 대책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북공정은 한반도가 통일되어, 만주지방이 위협받을까 하는 우려의 대비책이다. 또한 한반도가 대륙세력권에 치우쳐 통일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도, 북한지역 만이라도 그 영향권 안에 두기 위해 만주와 북한지역에 걸쳐있었던 고구려를 중국사 안에 귀속시켜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통일 후 소수민족의 이탈 가능성에 노심초사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통일국가다. 다민족통일국가라 함은, 55개 소수민족의 역사 또한 중국의 역사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는 현재의 중국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뿐만 아니라, 과거 중국 안에 존재했던 나라들의 역사 전부가 중국사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고구려는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고, 중원의 통일왕조와 주종관계에 있었으며, 수·당과의 70년 전쟁도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중앙정권이 중국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민족 내부의 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가 통일된 후 중국이 통일한국과 국경을 맞댈 경우, 조선족들이 동요할 수 있다. 인구 200만을 가진 한반도의 4분의 1 (43,547㎢)크기에 해당하는 연변조선족자치구가 독립 및 자치권을 요구할 지 모르는 상황에 미리부터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5개 민족이 주변에 모국 내지 망명정부를 가지고 있다. 몽고족은 몽고, 조선족은 한국과 북한, 하사크족은 카자흐스탄, 티벳족은 달라이라마 망명정부, 그리고 대만인데, 이들이 조선족의 독립을 모태로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을 요구한다면 다민족국가인 중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중국은 고구려사가 중국의 지방자치정권사임을 내세워 중국조선족은 중국민족이며, 나아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민이라고 강조하며, 조선족의 독립을 방해하려 하는 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과 노력 필요
이와 같이 동북아에서 한·중 간의 역사전쟁이 예비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중국은 지난 1995년부터 주요대학과 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고구려사 왜곡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응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일부 학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보면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중국의 역사왜곡의 부당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중국 측에 엄중 항의를 촉구하며, 학계 및 민간 분야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는 등 범정부적 대책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선 국민 모두가 사실을 올바르게 알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한국사 관련 학회들과 협조해 그들의 논리적 허점을 파헤치는 등 학문적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한 협력으로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지키는 일은 온 국민의 관심과 하나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