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려면 신문광고 내야 해요”
중국 여대생들사이 결혼소개소 통한 배우자 찾기 유행
지난번 필자는 중국 여대생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소개한 바 있다. 사회가 변화하면 젊은이들의 생각도 그 만큼 빠르게 바뀌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여대생들이 학업을 그만두고 결혼하기만을 기다린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여대생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중국의 여대생들은 결혼의 한 조건으로 자신의 학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 중국사회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결혼하기 위해 광고 내는 여대생들
중국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한창 취업 준비와 취직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야 할 시기인 지난 해 11월, 모 신문에 이런 정혼
광고가 붙었다.
‘미혼, 여, 162㎝, 22세, 대학 4학년, 외모 단정, 성격 온순’
신문에 이런 광고가 나온다는 것이 우리 현실에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요즘 중국의 20∼22세 사이의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혼자
찾기 광고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사천 대학에서는 위와 같은 정혼 광고를 낸 학생들만 무려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러한 광고를 보고 연락이 돼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조건을 물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결혼 상대를 찾는다. 졸업을 앞두고, 결혼
소개소를 통해 이러한 정혼 광고를 내는 여학생들이 짧은 기간동안 부쩍 늘고 있는 것이 현재 중국 여학생들의 현주소이다.
사천 지역뿐만이 아니다. 상하이와 광주 같은 대도시에서도, 최근들어 결혼 소개소의 인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여대생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상하이에서는 성질이 급한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결혼 소개소를 찾아가 이름을 접수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부모들은 딸 몰래 가서 이름을 접수하기도 한단다. 이것은 중국인들이 딸 시집 잘 보내는 것을 부모의 책임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가치관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자식을 돈줄로 여기는 몰상식한 부모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어서 여기저기 비판의 소리가 높을 때도 있다.
이러다 보니 부모들의 희망사항도 꽤 높은 편이다. 대략적으로 결혼 상대자의 조건을 살펴보면, 우선 석사 이상의 학력이 필수다. 여기에 월
수입은 5000위엔(8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집도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준수한 외모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다. 때문에 상하이에 거주하는
남자들은 상하이에서 결혼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상하이 대학의 부주임은 이런 현상을 그저 “상품경제사회의 그릇된 한
단면”이라고만 분석하지만, 이는 중국 사회에 있어서 계급 의식을 확대시키고, 부의 편중화 현상을 가져오는 등의 폐해를 드러내고 있어, 중국의
입장으로선 굉장히 큰 사회 문제임이 분명하다.
사랑 찾아 소개소 가는 광저우 여대생
한편 광저우에서도 결혼 소개소를 찾는 학생이 지난 2년 동안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 사실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여학생들이 ‘결혼
소개소를 찾는 동기’가 상하이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저우의 여대생들이 결혼 소개소를 찾는 이유는 상하이와 마찬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서라는 작은 꿈이
달려 있다. 학교에 재학 중일 때,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본 학생들이 결혼 소개소를 통해서나마 진정한 자신의 사랑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관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지난 번 중국의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결혼을 할 수 없는 실정을 소개했다시피, 생각과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 대학생들의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결혼이
농촌 탈출 수단
반면, 도시 생활을 누리고 싶어 소개소를 찾는 농촌 출신의 학생들도 적지 않다. 중국인에게 있어 호적이란 농민이냐, 도시민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신분증이다. 호적이 농촌인 아이들은 대학 시험을 볼 때에도 남들보다 50점 이상은 더 맞아야 원하는 대학에 입학 할 수 있다. 호적이
농촌에 속하는 사람들이 북경이나 상하이,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에서 일을 하려면 매번 세금을 내야 할 정도로 농촌과 도시의 차별대우는 심한
편이다. 이런 탓에, 호적이 농촌인 여대생들은 결혼 소개소에 호적이 북경이나 상해 같은 대도시의 남자를 첫 번째 조건으로 적는다고 한다.
한편 재학 중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힘들게 공부했던 학생들은 졸업할 시기에 맞춰 자신들의 모든 걱정을 덜어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기도
한다. 여대생들의 이런 물질적인 사고 방식은 꼭 결혼 소개소에 의해 정혼자를 찾는 것 이외에도, 학교를 다니며 일급호텔의 술집에 나가 돈을
버는 예에서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국을 목표로 결혼 상대자를 찾는 여학생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꼭 남자의 능력에 기대어 출국하려는 것보다는, 결혼해서 유학을
같이 갈 수 있는 상대자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광저우의 한 결혼 소개소의 자료에 따르면, 졸업반 여대생들의 정혼자 찾기 현상이 1998년부터
시작되어 2년 동안 늘어나다가, 최근에는 매 달 10명 정도의 학생이 접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개소를 찾는 학생들이 대다수는 아니기에 여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다른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
남자들이 대학졸업자 원해
우선 중국에서 대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은 조건이므로 결혼 소개소를 통해 결혼 상대자를 찾는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대학 졸업자 학력이면 정혼의 성공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들은 여학생들의 이런 행동을 재학중에 연애하는 것만큼 찬성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 입장에서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학생 개인의 문제라면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캠퍼스의 학구적인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일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교수들의 이런 중립적 입장은 한편으론 학생들에게 너무 무관심한 태도라는
비난도 받는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화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탓도 있다. 오히려 소개소를 통한 결혼의 성공비율이
크다는 점은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능력 있는 남자들이 찾는 배우자 조건이 대학 졸업 이상, 단순하고 발랄한 여성이었다는
조사결과는, 중국 여대생들 사이에서 결혼 소개소를 믿고 이름을 접수하게 할 만 하다. 게다가 취업이 안된 학생들에게는 소개비 가격도 할인해주고
있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번 중국 여대생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음을 소개할 때에도 필자는 개인적으로 다소 놀랐다. 실제로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중국 여성들의
지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빠르고 쉽게 젊은 학생들의 가치관에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미 중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함을 알려주는 반증이다.
중국의 빠른 변화가 잠시동안 여성들의 발전과는 동떨어질 듯 싶어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엘리트 인재를 애타게 찾는 중국의 현 시국에 있어
이런 현상이 유행처럼 번진다는 것은 중국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