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대통령? 러시아 ‘영웅 푸틴’ 열기

2014.10.08 09:06:34

푸틴 얼굴 담은 티셔츠 등 대박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서방에선 ‘푸틀러(푸틴+히틀러)’로 조소되지만 러시아에서 그는 영웅이다. 미국과 서방과 ‘맞장’을 뜨고 체첸 등의 테러와도 싸우는 그들의 영웅. 러시아가 ‘영웅 푸틴’의 열기로 뜨겁다고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droh.com)가 전했다.

6일부터 8일까지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굼 백화점에선 특별행사가 열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후디와 티셔츠 한정판매 행사이다. 7일 모스크바의 한 갤러리에선 푸틴을 그리스로마 신화 영웅 헤라클레스에 비유한 전시회가 열렸다. 이들 행사들은 7일로 만 62세가 된 푸틴의 생일을 축하하고 러시아의 최근 ‘승리들’을 기념하는 것이다.

전제 군주 ‘차르’의 시대도 아닌 현대 러시아의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사는, 그러나 과장되지 않았다. 되레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확산되는 느낌이다. 미국과 서방의 압박이 강화되면 될수록 푸틴의 러시아 내 인기는 올라가는 역설이 성립되는 것이다.

구 소련을 포함, 20세기 러시아의 최고 영웅을 꼽는다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지만 작금의 푸틴 열기는 가가린을 누르고도 남음이 있다.

행사가 열리는 붉은 광장의 굼 백화점은 제정 러시아 시대에 건축된 시설로 올해 120주년 오픈 기념행사가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백화점이다. 이번 행사의 제목 ‘브쇼 푸춈’은 ‘모든 것이 다 잘 되고 있다’, ‘다 좋네’라는 뜻의 러시아 속어이다.

무엇이 그렇게 좋고 잘 풀리고 있을까. 행사 취지가 세계 속에서 러시아가 최근 거둔 승리를 기념하기 위함이라는 뜻은 두말할 것 없이 크림반도 사태를 이르는 것이다.

푸틴은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 등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뱃심과 지도력으로 크림반도 합병을 이뤘다. 구소련 해체 이후 형편없이 떨어졌던 러시아의 자존심이 신팽창주의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영토와 인구를 늘리면 역사 속의 위대한 지도자로 각인되기 때문일까. 러시아인들은 푸틴이 크림반도를 손에 넣은 것이 한껏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김원일 평통모스크바협의회장은 “지난달엔 모스크바센터 푸쉬킨 광장에서 외국 문양이나 글자가 들어간 티셔츠를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러시아 문양 티셔츠로 교환해 주는 행사가 있었다”면서 “그때 ‘제재라고! 웃기지말라고 그래’ ‘우리는 제재가 하나도 안 무서워!!’라는 문구 밑에 러시아제 이동식 로켓 발사대가 그려진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 티셔츠 판매 행사는 이미 지난 6월에 1차가 있었고 2차 판매가 8월에 이어졌다. 가격은 후디가 2900루블, 티셔츠가 3000루블로 우리 돈으로 8만원을 호가하니 상당히 비싸다. 그럼에도 판매가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였다.

지난번 1차 행사에서는 약 4000벌이 팔렸고 2차 행사에서는 그 두배인 8000벌이 넘게 팔려 나갔다. 서방의 입장에선 크림반도 사태가 악화될수록, 푸틴의 티셔츠는 러시아에서 대박이 나는 것이다.

안내원 에르쇼브에 따르면 이번엔 각각 3000장의 후디와 티셔츠가 준비됐으며, 푸틴이 하키하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 낚시하는 모습, 아무르 호랑이와 함께 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옷에 새겨진 글귀들은 “고마워요. 크림을 우리에게 돌려줘서” “세상에서 가장 점잖은 그대” “나는 푸틴을 지지해” “푸틴은 우리의 전부” “우리는 푸틴을 믿어요” “푸틴! 우리 대통령” “나는 푸틴이 자랑스럽다” 등등 제3자까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극찬이다.

모두 19개의 티셔츠 그림들을 디자인한 안나 트리포노바는 “남성용과 여성용을 따로 준비했다. 후디는 모자가 달린 것, 없는 것 두 종류다. 옷들은 당연히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러시아산”이라고 소개했다.

푸틴 티셔츠를 구입한 여학생 마리나는 “이 옷을 입고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며 “다음주에 독일 여행을 갈 때 이 옷을 입고 가겠다”고 밝혔다.

푸틴 티셔츠 판매 이익금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기부의 목적이 있다 해도 지나치게 비싼 금액이 아니냐는 지적에 한 러시아 인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티셔츠에 담겨 있는 분이 누군데? 우리 영웅, 푸틴 대통령이야. 비싼 게 당연하지.”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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