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5일 실시된 예측 불허의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지만 그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았던 전 환경장관 마리나 시우바가 3위로 탈락하는 또 하나의 이변이 발생했다.
개표가 99% 이상 진행된 가운데 호세프 대통령은 41.5%의 득표율로 결선투표에 진출해 33.6%를 얻은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아에시우 네베스 전 미나스제라이스 주지사와 대결하게 됐다. 기대를 모았던 시우바 후보는 득표율이 21%에 그쳐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됐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는 오는 26일 실시된다.
시우바 후보는 지난 8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이후 호세프 대통령이 속한 집권 노동자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효과를 거두면서 시우바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고 그의 메시지는 대중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정치 평론가인 파울루 소테루는 "시우바는 상대 후보의 공격에 변화된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그는 경쟁자의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집권했던 브라질 사회민주당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시우바 후보의 부진을 틈타 네베스 후보를 결선투표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게르툴리우 바르가스의 정치 전문가인 카를로스 페레이라는 "네베스 후보가 거둔 성과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브라질사회민주당은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높고 전국적으로 조직망이 잘 구축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네베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후보로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강력한 후보로 탈바꿈했다"며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선거가 펼쳐질 것이며 누구에게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네베스 후보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브라질에서 인구가 2번째로 많은 미나스제라이스주(州)에서 주지사를 2차례 역임했으며 2010년 퇴임을 앞두고 지지율이 90%를 넘었다.
네베스 후보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정치가문 출신으로 그는 브라질 군사독재정권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타계한 탄크레두 네베스의 개인비서로 23세 때 정치에 입문한 뒤 연방 하원의원, 상원의원, 주지사 등 경력을 쌓았다.
12년에 가까운 집권 기간 노동자당은 강력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며 수백만 명의 빈민의 생활 수준을 중산층까지 끌어올렸다. 호세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은 최빈민층으로 브라질 경제가 지난 4년 간 급격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호세프 정권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대 슬럼가에 거주하는 26세 대학생인 디에고 알메이다는 "나는 급속한 변화가 이 나라에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갑작스러운 변화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졌지만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네베스 후보는 당선되면 중앙은행 독립 보장, 민영화 확대, 유럽 및 미국과의 무역협정 추진 등 중도적인 경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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