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 국무부·국방부 차관보가 6일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우리정부에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논의 상황도 설명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부 이경수 차관보와 윤병세 장관을 차례로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이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지난 주말 북한 대표단이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방문했다"며 "오늘 회동은 이처럼 가변적이고도 드문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차관보와 면담 종료 후 미국 차관보들을 따로 만난 윤 장관은 "이번 방문이 많은 측면에서 상당히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지금 한반도가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으므로 앞으로 양국간 협조가 계속되길 바란다. 이번 방문이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쇄 면담을 마친 러셀 차관보는 외교부 청사를 떠나며 취재진에게 "최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서울 방문에 관해서 논의했다"며 "미국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 같은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곧 청와대를 방문해서도 북한과 남북관계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관련 협의 이뤄져
이날 면담에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비롯해 한미간 북핵문제 공조,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과 이라크와 시리아 내 외국인 테러 전투원 문제,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근절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방안 등이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어 차관보는 오는 8일께 발표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중간보고서와 관련,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은 미일 관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강화할 것"이라며 "논의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러셀 차관보도 "시어가 한국 국방부에서 다룰 얘기는 한미 동맹을 현대화한 것처럼 미일 동맹을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관련한 계획을 한국정부에 계속 알려왔다. 일본 정부도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한국정부 역시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사항을 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차관보는 또 이경수 차관보에게 "미국은 변화하는 새로운 안보환경 하에서 일본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방한 직후 일본을 방문해 방위협력지침 중간보고서를 대외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며 지침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침 안에 특정 지역이나 국가명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언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차관보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며 이를 미일간 지침 개정에 반영토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비롯한 논의가 일본의 평화헌법 기본이념을 준수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의 안보와 국익에 영향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동의 내지 요청이 없이는 용인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이날 미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그간 이뤄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관련 협의의 내용을 꾸준히 전달 받고 있다면서 향후 논의 진행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추가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일본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한미간 협의에 대해 "한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전환을 경계하면서도 사실상 묵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가이드라인 개정이 한국 내 여론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며 "시어 차관보 등의 방한은 한국 정부에 개정의 이해를 구하며 일·미·한의 방위 협력을 강화할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러셀·시어 차관보에게 IS사태와 관련해 "우리 능력 범위 내에서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또 이날 일본 평화헌법 9조의 노벨평화상 후보 등극 소식에 "의미 있는 제안이라 생각한다"는 평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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