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군부독재 시 피살된 여대생의 아들, DNA 검사 결과 외할머니 품에

2014.08.06 11:25:15

군부의 유아 납치 "더러운 전쟁" 끝나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인권단체인 '5월 광장 할머니모임'의 창시자 에스텔라 바네스 데 칼로토(83)는 4일(현지시간)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 살해된 딸이 옥중에서 낳은 아들을 DNA 검사로 되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군부의 '더러운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1970년대 아기들을 납치하거나 가족을 해체, 이산가족으로 만들던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로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칼로토 할머니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출연한 국영 TV 프로그램에서 수십년 동안 손자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왔다면서, 아직도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군부에 납치당한 수천 명의 아이들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손자와 대면은 못했지만 36살인 할머니의 손자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신분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었으며 친부모와 가족을 찾기 위해 스스로 DNA 확인에 나섰다고 칼로토 할머니의 아들 기도 칼로토는 말했다.

군부 독재 시절 페론 지지자였던 여대생과 반정부 게릴라 부대원이었던 오스카 몬토야의 아들인 그는 자신의 DNA를 전국 DNA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게 한 뒤 할머니와 99.9 %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냈고 칼로토 할머니는 딸이 옥중에서 낳은 꿈에도 못잊을 손자를 만나게 되었다며 흐느꼈다.

그의 딸 로라 칼로토는 민주화 운동을 하던 여대생으로 군부에 끌려가 투옥되었고 옥중에서 1978년 8월 아기를 낳은 두 달 뒤에 처형되었다. 임신과 출산 사실을 감추려고 가슴에서 하복부까지 집중포화를 퍼부은 시신을 어머니가 인수했다.

그러나 군부는 아기를 돌려주거나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이 가족의 운명은 1976~1983년 군사독재 정권이 자행한 "사라진" 가족 1만3000명 중에서도 상징적인 경우다. 민주화 운동가들은 당시 살해된 사람은 이보다 두 배는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되찾은 손자"의 사건은 아르헨티나의 최근 국가 디폴트 위기 뉴스보다 더 큰 위력으로 미디어를 점령하고 있으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이 소식을 듣고 칼로토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기쁨을 나누었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5월 광장 할머니 모임'은 아직도 군부 독재가 살해한 사람들의 자녀 500명 이상이 군사정부 편의 무자녀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단체는 아들 딸의 아기를 찾기 위한 할머니들의 시민운동단체로 지금까지 불법 입양된 어린이 114명을 부모 품에 돌려주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칼로토 할머니의 되찾은 손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는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한 음악학교 교장인 것으로 추측 보도되고 있다.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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