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팰팍의 한인 정치인들은 왜 일본의 망동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지 개탄스럽다.”
일본이 또다시 일본군 강제위안부피해자들을 매춘부로 매도하며 기림비 철거를 요구해 한인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2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위안부기림비 앞에서 일본의 시의원 한명이 위안부기림비 철거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졌다. 오사카 사카이시의 이케지리 히데키 시의원은 일본총영사관의 통역 1명을 대동한 채 팰팍의 제임스 로툰도 시장을 면담하고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가 20만명이라는 것은 전혀 근거없다. 이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한 매춘부들이다”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케지리 시의원은 이날 버겐카운티 기림비 등 뉴저지에 있는 두 개의 기림비를 살펴본 후 팰팍 공립도서관 2층에서 로툰도 시장과 이종철 시의장, 제이슨 김 전 부시장 등 두명의 한인정치인들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담은 유인물을 건네며 “일본은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사실이 없다. 재미일본인들과 일본을 혐오스럽게 만드는 비석을 치우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제임스 로툰도 시장은 “위안부 기림비는 우리가 만든게 아니라 미국 시민들의 뜻으로 세운 것이다. 당신은 이럴 시간에 한국에 계신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보라. 그분들은 살아있는 증거들이다”라고 대꾸하고 “2년전 일본총영사와 3명의 중의원이 와서 팰팍시에 예산지원을 해줄테니 기림비를 철거해달라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는게 궁금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케지리 시의원은 올해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며 찾아온 일본 정치인의 일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어거지 주장을 늘어놓던 이케지리 시의원은 백영현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 시민모임) 공동대표의 준엄한 질타에 당황스런 모습을 보였다. 백영현 대표가 “인터뷰 도중에 미안한데 당신이 잘못됐다는 20만명은 일본 주오대학의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교수가 직접 조사한 자료라는걸 알고 말하는거냐?”고 묻자 그는 “처음 듣는 소리”라고 말했다.
백영현 대표는 “80년대에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요시미 교수가 전범들의 기록을 수집하며 나온 위안부 숫자가 물경 30만명이다. 그걸 많이 줄여서 20만명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당신은 그 사람이 누군지도, 자료가 있는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냐?”고 면박을 주었다.
백 대표는 “미하원의 위안부 결의안(HR121)만 찾아봐도 모든 자료들이 다 있다. 그것도 모르고 이런 한심한 인터뷰를 하면 안된다. 일본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한 전쟁범죄를 참회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이와 함께 백영현 대표는 팰팍의 한인정치인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오늘 일본 시의원이 온다는 정보를 안면있는 기자의 귀띔으로 몇시간전에 알게 됐다. 왜 팰팍의 한인정치인들은 일본 극우파의 어이없는 책동을 사전에 알고도 한인사회에 알리지 않는거냐.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미국언론을 통해 홍보해줄 셈이냐?”고 공박했다.
백영현 대표는 지난 2012년 일본의 자민당 중의원 3명이 팰팍 시장과 한인정치인들을 만나 기림비 철거를 요구할 때도 현장에서 이들의 황당한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쐐기를 놓은 바 있다.
그는 “팰팍의 위안부기림비를 철거하라는 일본 극우파에 늘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어이없는 망동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팰팍 한인정치인들이 미리 알렸다면 플래카드를 들고 반박자료를 살포하는 등 일본이 망신당하도록 강경 대응을 했을텐데, 기자빼고 나 한 사람밖에 없으니 이게 무슨 한심한 꼴이냐”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