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이라크가 내전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라크에 현지법인이나 지사가 있는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직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언제든지 철수 준비를 지시해 놓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이라크에 에틸렌 생산설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이라크와는 합작투자에 대한 사업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양해각서(MOU)를 맺기 위해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설비 착공 전으로 현지에 인력이 나가 있거나 공사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라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사태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이라크 정부를 사업파트너로 에탄올 생산설비 건설이나 신도시 건설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사업들이 이라크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만큼, 내전이 확산돼 정부가 흔들릴 경우 사업전면 재검토 혹은 백지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반군이 장악한 지역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아직 피해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며 “현지 대사관과 공조해서 불필요한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약 80개 건설업체가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1300여 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들은 이라크 현장에서 경비태세를 강화한 채 작업을 그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한 건설사 직원은 “현재까지는 (내전 등의) 영향이 없어 평소대로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현지 직원들의 안전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건설은 내전 지역과 거리가 있어 현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장은 미국 대사관과 유사한 수준의 안전을 제공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지와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면서 비상시 탈출대책을 수립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도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파급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정유 4사(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S-OIL)중 이라크로부터 원유 수입량이 가장 많은 GS칼텍스는 매달 400만∼600만 배럴의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이는 전체 수입 원유의 20∼25%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원유수입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이라크 반군이 바그다드 북쪽 수니파 지역에 머물러 있고, GS칼텍스 송유관이 지나는 남부지역은 65%가 시아파인 만큼 현재까지는 우려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GS칼텍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산유국으로 수입선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남미 등 수입선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이라크산 원유 수입량이 많지 않아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전체 원유도입 물량의 3% 정도, 현대오일뱅크는 5%가량이다. S-0IL은 사우디 아람코사가 대주주인 관계로 이라크산 원유 수입량은 전무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도입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악화될수록 유가 등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라면서 “다만 단기적인 사태로 안정되면 확보하고 있는 원유 등을 사용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으나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량 차질 등 더욱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공사는 이미 이라크 정정불안의 여파로 직원 일부를 대피시킨 상황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지전 발생 시 ISIL 점거지역에서 인접한 하울러 광구에서 일시적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력이 상주하지 않고, 유동인력 1~2명이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가 내전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차 이라크 진출 기업간담회를 갖고 기업인 안전대책 등을 협의한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 주재로 열리는 간담회에는 외교부 재외동포 영사, 재외동포 영사국장,아중동국장, 이라크 진출기업 중 19개 기업 임원,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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