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9일 민주당과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모임 ‘주춧돌’의 '한국 정치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문재인 후보는 사생(死生)관이 약했고, 민주당은 진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실망을 알고 전략을 짰어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의원직 던졌으면 유권자 감동 받았을 것”

윤 전 장관은 “공수특전사 출신인 문 후보에게 낙하산을 매고 뛰어내릴 때 펴진다는 보장이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지면 사생관(死生觀)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문 의원과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는 펴진다는 보장이 없는 낙하산을 갖고 뛰어내릴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후보의 사생관이 약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직을 내놓느냐가 대선 후보로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관행상 우리나라에서는 후보들이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방법으로 의원직을 던져왔다”며 “유권자들은 지도자들이 뭔가 가진 것을 내놓는 걸 보고 싶어 하고 감동을 받고 싶어 한다. 그때 (의원직을)내놨으면 유권자들이 결연한 의지를 읽고 감동 받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의 정치경험 부족도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정치를 해온 분이 아니라 정치도 생소하고 더군다나 대통령 선거는 더욱 생소했다. 대선이라는 큰 판을 소화해내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대선 전략을 효율적으로 총괄 지휘했으면 후보가 선거를 훨씬 잘 치를 수 있지 않았겠냐”고 꼬집었다.

◆대선 패인, 좌클릭·친노·대북 관계 설정

윤 전 장관은 대선과정의 패인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노무현 정부 이후 정통민주세력과 다른 성격의 세력이 합류해 당의 정체성이 좌클릭했다. 이 과정에서 당밖 사회세력이 당 정체성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이렇게 형성된 당의 정체성이 총선과 대선에서 선택 받지 못했다”고 당의 진보 성향 강화를 문제 삼았다.

또 “보수성향 유권자가 새누리당 호의적이었던 이유는 보수성향이 강해서일 수도 있지만 진보에 대한 실망과 분노 때문”이라며 “이번에 민주당이 대선을 준비할 때 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사회에 진보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알고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에 대한 비판이 뒤를 이었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9대 총선을 통해 민주당에서 ‘친노’적인 정체성이 확립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후보가 등장했다”며 “노무현 정신은 특권과 기득권을 타파하고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등 국민의 희망이었지만 이 정신을 실천하는 노무현 정치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지 못했다. 많은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대북 관계 설정 역시 도마에 올랐다.

윤 전 장관은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 근거가 있든 없든 대북정책에 의구심이 많았다. 무조건 북한에 끌려간다든지 무조건 돕는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국민의 자존심이 상해있고 불안감이 커진 상태에서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의)NLL 포기 발언 문제를 던졌고 이것이 기존의 선입견과 결합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가안보에 소홀한 집단이란 인상을 국민들이 많이 받고 있다”며 “북한 동포를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북한당국의 실체를 인정해야 하지만 국민들이 볼 때 너무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식자들 중에서도 통합진보당을 진보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며 “앞으로 연대를 할 텐데 그때는 국민이 어떤 정당을 진보정당으로 보는지 판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춧돌’은 민주통합당 현역의원 22인이 참여하는 탈계파-혁신-연구모임이 지난 27일 결성됐다. 김관영·김상희·김현미·김성주·민병두·박수현·박완주·박혜자·백재현·신경민·안규백·유은혜·유성엽·윤관석·은수미·이언주·이용섭·이춘석·전순옥·홍의락·홍익표·홍종학 등 2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