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장에서조차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들

2026.09.16 21:22:28

김승원·양수진 ‘식약처 로비 의혹’과 주진우 의원 자료 촬영 논란이 던진 의문

[시사뉴스 이용만 논설위원]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이라면 한 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법무부 장관을 검증하는 자리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이다. 그 수장을 검증하는 청문회라면 그 어느 자리보다 사실과 증거, 절제와 품격이 앞서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달랐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제넨셀 신약 임상시험 승인 과정의 식약처 로비 의혹, 그 과정에서 등장한 양수진 씨와 김 후보자의 관계, 그리고 청문회장에서 야당 청문위원인 주진우 의원의 질의 준비자료를 김 후보자 측 보좌진이 뒤에서 촬영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물론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제기된 의혹 가운데 사실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승원 후보자 측은 부당한 청탁이나 로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의혹을 곧바로 범죄나 비리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덮어버려서도 안 된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더욱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공익적 민원’인가, 부당한 영향력 행사인가

 

이번 청문회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2021년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해 김승원 후보자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연락한 경위다.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당시 식약처장에게 전화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청탁이 아니라 절차와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공익적 민원 전달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당시 사업가 양수진 씨가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 관련 부탁을 했고,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이 묻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누가 먼저 연락했는가.

무엇을 부탁했는가.

김 후보자는 정확히 무엇을 식약처에 전달했는가.

그 연락 이후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공적 권한이나 정치적 영향력이 사용됐는가.

이것은 정쟁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의 공정성과 행정의 독립성에 관한 문제다.

 

특히 의약품 임상시험과 관련된 행정 판단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행정절차가 정치권이나 유력 인사의 연락 한 통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국민의 행정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제로 부당한 영향력이 없었다면 그것 역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자료와 통화기록, 관련자 진술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청문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핵심 관계자들은 왜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나

더 답답한 대목은 이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관계자들의 증언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야당은 양수진 씨와 제넨셀 관계자, 당시 식약처장 등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민은 다시 묻게 된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왜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입을 청문회에서 듣지 못하는가.

증인을 부른다고 해서 의혹이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증인을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적어도 직접 당사자의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중대한 의혹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의혹을 키우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장에서 또 하나의 장면이 나왔다

국민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주진우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촬영 논란’이었다.

 

주 의원은 김승원 후보자 측 보좌진이 자신의 뒤에서 청문회 질의 준비 내용을 살펴본 뒤 사진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 측은 보좌진이 사진을 촬영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경험이 많지 않은 보좌진의 판단 착오였으며, 후보자나 누구의 지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촬영한 자료는 인지 즉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역시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보좌진의 행동과 후보자 본인의 지시·관여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 공개된 해명대로 후보자가 촬영을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이 느낀 불쾌감까지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는 상대방의 비공개 준비자료를 엿보는 장소가 아니다.

 

더구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라면 더욱 그렇다.

법을 집행하고 법치를 강조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라 ‘투명성’이다

이번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승원 후보자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식약처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자료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면 된다.

양수진 씨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면 그 관계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면 된다.

식약처장에게 전화한 이유가 정상적인 민원 확인이었다면 당시 어떤 경위로 연락했고 무엇을 전달했는지 밝히면 된다.

 

그리고 주진우 의원 자료 촬영 역시 후보자에게 지시나 보고가 없었다면 그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면 된다.

국민은 완벽한 사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숨기지 않는 사람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국민 앞에서는 같은 기준이어야 한다

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혹을 제기했다면 반드시 증거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폭로를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후보자라는 이유만으로 의혹을 정치공세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의혹이 있다면 확인하고, 사실이 아니면 밝혀주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느 당이 이겼느냐가 아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치는 청문회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더욱이 김승원 후보자가 향하는 자리는 법무부 장관이다.

 

법무부 장관은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하는 자리다.

그렇다면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도 누구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권력자에게도 같은 법이 적용되고, 평범한 국민에게도 같은 법이 적용된다는 믿음.

그것이 법치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는 단순한 한 사람의 인사검증을 넘어섰다.

‘힘 있는 사람의 전화 한 통이 행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정치권과 민간의 관계는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는가.’

‘청문회 자료와 검증 과정은 얼마나 엄격하게 보호돼야 하는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공직사회는 국민 앞에 얼마나 떳떳한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고성과 삿대질을 보기 위해 청문회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본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의혹은 쏟아지고, 핵심 관계자는 나오지 않고, 여야는 충돌하고, 급기야 상대 의원의 질의자료를 촬영했다는 논란까지 벌어진다면 국민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불신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싸움이 아니라 진상 규명이다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식약처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양수진 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김 후보자와 어떤 관계였는지,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청했는지, 식약처의 판단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자료와 증언으로 확인해야 한다.

주진우 의원 자료 촬영 논란 역시 후보자 측의 해명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어떤 경위에서 촬영이 이뤄졌고 누구의 지시나 보고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된다.

진실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증거로 말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어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에게 가장 씁쓸했던 것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찬반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법치와 국회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과연 국민의 신뢰를 받을 만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법무부 장관은 법을 말하는 사람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그 사람을 검증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청문회장에서부터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의혹에는 증거로 답하고,

질문에는 사실로 답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고,

잘못이 없다면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민은 다시 묻게 될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청문회인가.”

 

정치는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신뢰받을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법을 말하는 사람일수록 더 엄격한 검증을 견뎌야 한다.

 

대한민국의 법치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청문회장의 작은 행동 하나, 의혹 하나, 자료 한 장 앞에서도 정직하게 답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용만 pl65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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