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AI가 인간의 질문에 답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의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행동하는 존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바로 범용인공지능, AGI가 있습니다.
AGI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범용인공지능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업무만 잘하는 기존 AI와 달리 사람처럼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처음 접하는 문제를 학습하며,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현재의 생성형 AI가 글·그림·음악·영상을 만들어준다면, 에이전트 AI는 목표를 받은 뒤 필요한 일을 순서대로 실행합니다. AGI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로 다른 분야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지향합니다.
물론 AGI가 완성됐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아직 논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AI는 이미 단순한 검색과 답변을 넘어 자료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정을 관리하며, 여러 도구를 연결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우리가 필요할 때 한 번씩 사용하는 도구에서, 항상 곁에서 함께 일하는 지능형 동료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개발자나 연구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직장인의 보고서 작성, 자영업자의 고객 관리와 홍보, 교사의 수업 준비, 학생의 학습, 작가의 집필, 시니어의 건강과 생활 관리까지 모든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AI가 얼마나 더 똑똑해질까?”가 아닙니다. “나는 더 똑똑해진 AI와 어떻게 일할 것인가?”입니다.
먼저 자신이 하는 일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정해진 방식대로 반복하고 있다면 그 업무는 AI가 가장 먼저 맡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료를 찾고, 내용을 요약하고, 양식에 맞춰 문서를 만드는 일은 이미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AI가 모든 직업을 한꺼번에 없애지는 않겠지만,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바꿔놓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AI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지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막연하게 “알아서 해줘”라고 명령하는 수준을 넘어,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AI가 내놓은 결과에 끌려다니는 사용자가 아니라 여러 AI에게 역할을 나누어주고, 결과를 검토하고, 최종 방향을 결정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지난 50년 동안 여러 차례 기술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아날로그 치과기공에서 출발해 디지털 기술로 이동했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미래를 남다르게 준비하는 교수’, 미남교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51건의 특허에 도전했고, 37년 6개월 동안 대학 강단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정년을 마친 다음 날, 신한대학교 AI융합처 처장으로 다시 출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를 지켜준 것은 하나의 전문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제 역할을 다시 설계한 힘이었습니다. 어제의 전문성을 붙잡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연결해 내일의 역할을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AGI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간과 AI의 역할은 분명하게 나누어야 합니다. AI는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정리하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인가’, ‘왜 해야 하는가’, ‘그 결과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인간이 판단해야 합니다. AI의 답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며, 최종 결과에 책임지는 일도 인간의 몫입니다.
AGI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질문, 판단, 공감 그리고 책임입니다. AI는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정답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는 결정하지 못합니다. AI는 선택지를 추천할 수 있지만 그 선택으로 발생하는 도덕적·법적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AGI 시대의 주도권은 AI에게 올바른 목적을 부여하고 그 결과를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신한대학교 보건대학 학장, AI융합처 처장 신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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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우 교수 (신한대학교 보건대학 학장, AI융합처 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