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2명 중 1명 ‘비만’…대한비만학회, "치료 패러다임 국가 관리로 전환해야"

2026.09.03 20:06:51

성인 남성 비만율 51.1% 돌파…사회경제적 비용만 연간 23.4조 원
“체중계 숫자 넘어 질병 관념으로”…비만약 건보 급여화 세부 조건 제안
국회 '비만기본법' 발의 현황…22대 국회 입법 드라이브 본격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대한비만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ICOMES 2026'이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학회는 이날 ‘2026 비만 팩트시트’를 통해 국내 성인 남성 비만 유병률이 51.1%에 이르렀다며, 비만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니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비만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고가의 비만 신약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사각지대’ 해소 방안과 국회에 계류 중인 ‘비만기본법’의 입법 현황 등에 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최신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9.2%로 소폭 상승했다.

 

특히 남성의 비만율은 계속해서 늘어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 51.1%를 기록했다. 학회 보험법제위원회에 따르면 비만 환자는 정상 체중에 비해 연간 의료비를 79~174% 더 지불하고 있었다.

 

게다가 결근, 생산성 저하, 조기사망 등을 모두 더하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매년 2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비만은 단순히 외모나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마저 위협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됐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팩트시트에서 특히 우려를 낳는 대목은 소아청소년(6~18세) 비만의 가파른 증가이다. 지난 10년 사이 아이들의 비만 유병률은 거의 2배로 뛰어 19.4%에 이르렀다.

 

고도비만(3.8%) 및 초고도비만 환자도 함께 늘고 있는데, 이런 속도는 성인보다 훨씬 빠르다. 이대로라면 이들 상당수가 성인기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전망이다.

 

지역 간 격차도 두드러진다. 수도권(서울 34.2%, 경기 36.1%)보다 강원(44.1%), 충북(42.8%), 경북(41.5%) 등 지방의 비만 유병률이 최대 열 퍼센트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소득별로도 저소득층(하위 20%)의 비만율이 고소득층(상위 20%)보다 4.5%포인트 높게 나타나, 비만이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사회적 질병’임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임신 전 어머니의 비만도가 아이의 선천기형(심장기형 최대 1.72배), 신경발달장애(지적장애 2.40배, 자폐 1.75배 등)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까지 더해져, 소아청소년과 가임기 여성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는 고도비만 수술을 제외한 비만약과 상담 치료가 모두 비급여로 남아 있어 경제력에 따른 치료 격차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학회는 보건복지부 관련 부서와 구체적인 급여 기준 마련을 논의 중이며,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무작정 체질량지수(BMI) 수치만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BMI 35 이상인 중증 고도비만 환자 ▲고혈압, 당뇨, 대사이상지방간염 등 중대한 합병증 환자 ▲의료급여 수급자·차상위 계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 등에게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단계별 급여화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의 ‘비만기본법’ 발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비만 관리의 법적 근거가 될 ‘비만기본법(비만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화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2024년 11월 발의), 서미화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2025년 1월 발의) 등이 각각 대표로 내놓은 여러 법안이 계류 및 심의 중이다.

 

이들 법안의 핵심은 그동안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던 비만의 법적 정의를 처음으로 담는 데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의 ‘비만병 예방·관리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점검하며 ▲비만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전문인력 양성 및 정부 내 전담 조직(컨트롤타워)도 새롭게 만드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국가가 책임지는 비만 관리 체계의 제도적 틀이 마련되는 셈이다.

 

정혜원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사무관은 “정부도 과거처럼 소아·청소년 예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성인 치료까지 폭넓게 다루는 컨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정부 전체가 참여하는 ‘제2차 비만 종합대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저희 질병청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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