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대통령은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2026.08.03 19:11:12

[이용만 논설위원 칼럼]

국가의 형사사법제도는 정치의 승패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며, 죄 없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형사사법제도를 바꾸는 일은 어떤 정책보다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보완수사권 폐지가 마지막 문턱에 서 있다.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인지, 아니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인지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사적 판단이다.

 

보완수사는 수사를 무한정 늘리기 위한 권한이 아니다. 미진한 증거를 보강하고,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으며, 실체적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현실의 사건은 영화처럼 명쾌하지 않다. 새로운 증거가 뒤늦게 발견되고, 참고인의 진술이 바뀌며,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시간이 지나 확보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이 마지막 확인의 기회마저 제도적으로 차단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강력범죄와 조직범죄, 경제범죄, 부패사건처럼 증거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에서는 한 번의 수사만으로 모든 진실을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제도적 통로가 사라질 경우 피해자는 평생 억울함을 안고 살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무고한 사람이 혐의를 벗을 기회마저 잃을 수도 있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과 제도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남용이 우려된다면 통제장치를 강화하면 된다. 절차를 엄격히 하면 된다. 투명성을 높이면 된다. 그러나 안전장치를 통째로 없애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단순한 정치적 절차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가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국민의 안전과 사법 정의를 함께 살펴야 한다. 국민은 어느 기관의 권한이 커지고 작아지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법은 통과되는 순간부터 국민에게 안도감을 준다. 반면 어떤 법은 통과되는 순간부터 국민에게 불안을 안긴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후자라면, 대통령은 그 불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정의는 한 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형사사법제도의 변화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은 오랫동안 평가받게 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는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판단 위에서만 쌓인다.

 

국민은 묻고 있다.

"이 법은 과연 더 나은 정의를 만들기 위한 것인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숙고일 것이다.

이용만 pl65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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