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세】 어떤 고기를 어떻게 먹는게 좋을까?

2026.07.06 10:47:49

종류와 조리방법, 호르몬 작용 등으로 달라지는 건강한 육류 섭취법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육류 섭취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어떤 식습관과 함께, 어떤 조리방법으로 먹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내장육 즐기는 여성, 건강에 위협

 

육류를 얼마나 먹느냐보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먹느냐가 특정 암 사망 위험과 더 관련 있다는 국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경우 붉은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위암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여성에서는 내장육을 많이 먹을수록 췌장암·유방암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유인선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4만 7,562명(남성 5만 3,847명, 여성 9만 3,715명)을 대상으로 육류 종류별 섭취량과 암종별 사망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서구권에서 전체 육류·붉은 고기 섭취량과 암 발생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아시아 인구집단에서 육류 종류별로 암 사망률을 분석한 국내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육류를 붉은 고기(소고기·돼지고기), 닭고기, 내장육, 가공육으로 분류했다. 붉은 고기·닭고기·내장육은 섭취량에 따라 4개 그룹(1~4분위)으로, 가공육은 섭취 여부에 따라 섭취군과 비섭취군으로 나눴다. 이후 나이·BMI·흡연·음주량·교육수준·신체활동·총 에너지 섭취량을 보정해 암종별 사망 위험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전체 육류 섭취량은 남녀 모두에서 전체 암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그러나 고기 종류별로 분석하면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남성에서는 붉은 고기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4분위)이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1분위)보다 위암 사망 위험이 52% 낮았다(위험비 0.48). 이 경향은 체질량지수(BMI)가 25 미만으로 비교적 마르거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반면, 가공육 섭취자는 비섭취자보다 직장암 사망 위험이 2.45배 높았다. 여성에서는 내장육을 비교적 많이 섭취한 그룹(3분위)이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1분위)보다 유방암 사망 위험이 2.57배, 췌장암 사망 위험이 1.83배 높았다. 이 연관성은 60세 이상·체질량지수(BMI) 25 미만·비흡연 여성에서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남성에서 붉은 고기가 위암 사망 위험 감소와 함께 나타난 배경으로 한국의 식문화를 꼽았다. 국내에서는 붉은 고기의 대부분이 돼지고기이고 서구처럼 염장·훈제 형태보다 구이 방식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염분 노출과 지방 구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집단이 사회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암 검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간·곱창 같은 내장육에는 비소·카드뮴·납 등 중금속이 일반 살코기보다 더 많이 들어있을 수 있으므로 여성의 암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직화구이, 훈제…유해 물질 수치 높아져

 

조리법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는 연구도 있다. 인제대 환경공학과 박흥재 교수팀이 햄·소시지·스팸·베이컨 등 육가공식품 13종의 조리법에 따른 PAH 함량을 분석한 결과 햄·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을 숯불 등에 직화로 구워 먹을 경우, 최대 600배의 발암성 물질이자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열 조리를 하지 않은 경우 육가공식품 13건 중 5건에서 PAH가 검출됐으며, 함량은 육가공식품 g당 0.6~7.2ng(나노그램) 수준이었다. 반면, 프라이팬을 이용해 불꽃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한 채 가열 조리한 육가공식품 5건 중 4건에서 PAH가 g당 검출한계 이하~22.1ng가 나와 가열하지 않은 식품에 비해 최고 3배까지 PAH가 더 많이 생겼다.

 

또, 불꽃이 직접 닿는 숯불구이 방식으로 조리한 육가공식품은 검사한 5건 모두에서 PAH가 검출됐다. 검출량은 g당 12.7~367.8ng으로, 가열하지 않은 원제품에 비해 최대 61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고기나 육가공식품의 탄 부위를 먹으면 발암성 물질을 다량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훈제 방식 또한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훈제 연어와 육류, 그리고 훈제 향이 첨가된 가공식품 속에 포함된 발암성 화학 물질의 위험성을 보도했다. 전통적인 훈제 방식뿐만 아니라 과자나 치즈 등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는 인공 훈제 향료 역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나무를 태워 음식을 익히는 훈제 과정에서 PAH가 생성돼 식품에 스며든다. 이 물질은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리즈 대학교의 이돌로 이피 박사는 식품의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연기 입자가 더 많이 달라붙어 유해 물질 수치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훈제 과정을 거친 생선과 고기의 PAH 농도는 일반 그릴 조리 방식에 비해 현저히 높았으며, 일부 제품은 유럽연합(EU)의 권장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색육류와 가공육에 비해 건강한 대안 식품으로 여겨져 온 닭고기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탈리아 국립위장병학 연구소는 일주일에 300g(약 4인분) 이상의 닭고기를 섭취하는 사람들이 닭고기 100g(약 1인분) 미만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7%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성인 4,869명의 식습관 데이터를 수집, 19년 간의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참가자의 키, 체중, 혈압은 물론 식습관 관련 정보도 수집했고,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인구통계학적 배경, 일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의료 기록 등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가금류·적색육류 등 총 육류 섭취량을 보고했고, 이 데이터는 단백질 섭취량에 따라 4단계로 분류됐다. 연구 기간 동안에는 1,028명의 참가자가 사망했다. 이들이 일주일간 섭취한 육류의 41%는 토끼나 닭고기 같은 흰색 육류였고, 이 중 29%는 가금류였다.

 

결론적으로 일주일에 닭고기 300g 이상을 섭취한 사람은 100g 미만으로 섭취한 사람보다 위장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2.27배 더 높았다. 또, 흰색 육류의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사망 위험도 상승했고, 이 사망률은 동일한 양의 적색육류를 섭취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동일한 비율의 닭고기를 섭취할 경우 사망 위험은 여성보다 남성이 높았다. 일주일에 300g이상의 가금류를 섭취한 남성은 100g 미만으로 섭취한 남성보다 위장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2.6배 높았다.

 

연구진은 성호르몬 차이, 특히 여성의 에스트로겐이 영양소 대사 능력과 특정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이전 연구에서는 적색육류를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건강상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닭고기에서는 유사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춘옥 sis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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